세금·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이유로 거액 대출 실행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진=강남구청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진=강남구청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한국 50대 그룹의 오너 일가 주식담보대출금이 1년 만에 3조원 가까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오너 일가 주식담보 현황을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총 129명이 실행한 담보대출 총액은 9조9204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7조1065억원 대비 2조8139억원(28.4%) 증가한 금액이다.

홍 관장은 지난해 1조7800억원에서 68% 증가한 2조9900억원을 대출했다. 주식담보 비중도 42.1%에서 79.1%로 상승했다.

이부진 사장의 담보대출 금액은 5800억원에서 1조1040억원으로 90.3% 늘고, 이서현 사장도 5728억원에서 1조728억원으로 87.3% 증가했다.

재계에서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타계 후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에 대출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대출금 증가율에서 두드러졌다. 대출받은 오너 일가 수가 3명에서 18명으로 늘고, 총대출금은 195억원에서 4795억원으로 2359% 급증했다.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담보비율이 80%를 넘는 그룹은 영풍(85.2%)을 비롯해 태영(100%), 현대백화점(100%), 코오롱(99.1%), 롯데(88.2%), 금호석유화학(80%) 등 6곳이다.

효성, DB, SK 등은 담보대출 규모가 축소됐다. 효성 오너일가 담보대출금은 7582억원에서 1973억원으로 70% 이상 감소했으며, DB는 3930억원에서 2453억원으로 37.6% 줄었다.

SK는 대출자 수가 11명에서 8명으로 줄었고, 총액도 6117억원에서 5842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년과 동일한 4895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며 개인 기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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