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2분기 실적 56% 하락… 업계 충격
D램 최대 고부가 제품 HBM 경쟁력 회복 아직
첨단 HBM3E 12단 아직 엔비디아에 납품 못해
신기술 개발 완료 긍정적… 하반기 경쟁력 윤곽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팹(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팹(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인 4조원대에 그쳤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적이 아직 상승가도에 오르지 못했고 낸드 가격 하락, 원/달러 환율 급락 등 외부 악재도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의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침체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8일 삼성전자는 매출액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것이 확정 실적으로 이어진다면 전년 동기보다 55.94%가 감소한 셈이 된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31.24%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3년 4분기(2조8247억원) 이후 6개 분기 만에 5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23년 2분기(6685억원) 이후 2년 만에 최저다.

앞서 증권가에서 추정한 전망치는 6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를 20% 넘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해 삼성전자 위기론은 당분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적에 대해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돼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반영된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통틀어 총 수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회사 측은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와 이로 인한 판매 제약 등이 실적 하락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과 낸드 가격의 하락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HBM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했고, 낸드는 전 분기 대비 가격이 하락하면서 적자 규모가 소폭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파운드리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예상하며, 6월 이후 급락한 원/달러 환율도 매출과 영업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HBM3E 12단 홍보용 이미지.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12단 홍보용 이미지. 자료=삼성전자

그럼에도 업계에서 이번 실적과 관련해 근본적 진앙지로 주목하는 지점은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다. HBM은 현 반도체 업계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실적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4세대인 HBM3 이후의 모든 세대의 HBM 제품군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후 시장을 흔들 만한 큰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HBM 선두 기업으로 평가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을 9조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직전 분기 호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확실한 HBM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삼성전자 반도체 뿐만이 아닌 전사 영업이익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HBM3E 12단’의 엔비디아 납품을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HBM3E를 위한 생산능력과 투자를 강화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BM은 전분기에 이어 5~6억Gb 수준의 아쉬운 출하량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의욕적 생산 계획에 따라 올해에는 부진 재고 등 후행적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직접 찾아 HBM3E 12단의 공급을 논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의는 이뤄지고 있으나, 엔비디아가 예상보다 긴 시간 주저하며 삼성전자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이 하반기 진행된다고 해도 이미 다음 세대인 ‘HBM4’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납품 물량은 한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HBM4에서 삼성전자의 극적인 반등을 예상하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1c D램 공정에서 유의미한 수율을 확보했는데, 이 공정으로 만든 D램을 HBM4에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1c D램 이전 세대인 1b D램 공정으로 HBM4를 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그래픽 처리장치(GPU) 설계에서 엔비디아에 이은 업계 2위인 AMD에 HBM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브로드컴도 신규 고객사로 맞이했다. HBM의 시장 신뢰도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당장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추격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의 D램 신기술이 속속 개발 완료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차세대 경쟁력은 3분기 10나노급 6세대(1c) D램 양산 상황을 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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