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AI 모델을 활용한 광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사람 대신 AI가 만든 얼굴을 쓰면 비용도 줄이고 제작 속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아이섀도우 광고에 AI 이미지를 썼다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비판을 받으며 광고를 내렸다. 화장품은 실제로 발라봤을 때 색감이나 발림성이 중요한데, AI 이미지로 대체하면 이런 정보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발생한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광고는 또 다른 문제를 드러냈다. 소비자 기만이 아닌, 실존 인물을 연상시키는 AI 모델 사용이 쟁점이었다. 문제의 영상은 틱톡의 '크리에이티브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광고 소재를 공모하면 일반 이용자나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제작해 제출하고 그중 일부가 실제 광고로 활용되는 구조다. 넥슨은 이 과정에서 외부 참가자가 생성형 AI로 만든 영상을 채택했는데, 영상 속 인물이 해외 스트리머 다니엘더데몬(DanieltheDemon)과 지나치게 닮아 있어 '동의 없는 도용'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경우는 흔히 말하는 딥페이크와는 다르다. 딥페이크는 실제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이지만, 이번 사례는 AI가 새로 만든 얼굴이 특정인을 연상시킨 경우다. 합성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실존 인물을 광고에 등장시킨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어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 논란이 제기됐다. 다니엘더데몬 본인도 직접 "내 얼굴을 무단으로 모방했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넥슨은 틱톡과 함께 공동 조사를 시작하고 문제가 된 광고 영상들을 즉시 내렸다. 또한 자사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 "광고 검토 과정에서 AI 사용 여부와 무단 도용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는 명백한 저희의 관리 소홀"이라고 사과했다. 문제의 영상은 제3자가 제작한 것이었지만, 광고주인 넥슨이 검수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해외에서 넥슨과 '퍼스트 디센던트'의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교훈은 명확하다. AI 광고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세 가지 위험을 키운다. 첫째, 제도의 빈틈이다. 지금의 법으로는 '닮은 AI 인물'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불분명하다. 둘째, 윤리적 책임이다.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AI 캐릭터는 당사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 셋째, 브랜드 리스크다. 검수와 고지 책임을 소홀히 하면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
AI는 제작 현장에서 강력한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양날의 검이다. 넥슨 사례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편리함이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앞으로 기업은 AI 광고를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철저한 검증과 책임 체계 속에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가 만들어낸 '닮은 얼굴'이 브랜드의 신뢰와 미래까지 위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