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CG인바이츠와 조중명 전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8일 내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지방 연방법원의 결정(조건부 기각)에서 CG인바이츠는 조 전 회장이 소송장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이 ‘계약상 의무 충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실 보강’과 이외 청구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아직은 결론을 속단하기 이른 상태다. 여기에 소송장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면 소송이 기각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시기상조다. 실제로 법원은 결정문에 이 같은 직접적 문구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이 지속해서 소송장의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책임은 조 전 회장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초 소송장에서 CG인바이츠와 관련된 다수 피고들을 언급했고, 자신의 회고록이라도 작성한 것처럼 기본적인(혹은 적나라한) 사실 위에 온갖 개인적인 감정과 추측을 쏟아냈다. 또한 소송으로 CG인바이츠를 공격했음에도 자신을 다수에게 공격당한 피해자의 자리에 배치했다.
이와 관련 CG인바이츠는 소송 기각 요청서에서 조 전 회장의 소송장이 ‘법원을 넘어선 다른 독자’를 의도한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더불어 사실보다는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소장을 작성하기 위해 수많은 중복적·무관한 주장을 페이지마다 늘어 놓았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이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입장이다.
다만 바이오벤처를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는 상징,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연구자로서는 성공했으나 사업가로서는 좌절을 맛본 1세대 바이오벤처 창업자의 사례 등이 조 전 회장에게 일종의 대의명분을 실어준 것처럼 보인다. 다수의 인물들이 조 전 회장의 CEO 당시 행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만, 소송 과정에서는 당시의 상황만 다룰 뿐이다.
조 전 회장이 의도했는지 몰라도 장황한 소송장은 마치 자신을 영국 고전 소설인 ‘리어왕’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피고들을 ‘박해자’로 보이게 했다. 이 같은 이미지를 완성시켜 준 것은 CG인바이츠측의 ‘법적 효율성’이라고 판단된다. CG인바이츠측이 조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의 기각 신청에 앞서 배우자와 아들에게 별개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콘트라코스타 카운티 상급법원에 제출된 이 소송은 ‘법인현황보고서’를 두고 감정적 싸움, 행정력 낭비가 의심될 정도의 지리멸렬한 갈등이 담겼다. 조 전 회장이 제출한 다수의 청구가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CG인바이츠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택했다는 것은 유감으로 다가온다. 비록 조 전 회장의 배우자와 아들이 소송에 연관돼 있었다고 해도 별개의 소송은 본안에 대한 기각 신청을 제출한 후에 이뤄졌어야 옳았다는 생각이다.
김민규(Leo Kim) CGP 전 부사장과 나머지 CG인바이츠측의 소송기각이 별개로 이뤄졌다는 부분도 전략적인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는 피고들 간에 분열이 일어났다는 쪽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심지어 김민규 전 부사장은 자신이 “공모에 가담을 했더라도 후기에 단순히 가담한 경미한 참여자”라며 의혹을 키웠다.
CG인바이츠측이 소송 기각 요청서에서 언급한 ‘극단적인 판매자 후회’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그는 CGP와 아이발티노스타트, 광범위하게 보면 CG인바이츠의 지분 매각 과정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국가의 판결이 다른 국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 조 전 회장이 요구한 것 중 일부라도 승리하게 된다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서 가장 큰 이미지의 손상을 입은 것은 오수연 공동대표라고 생각된다. 조 전 회장은 소송장을 통해 그를 마치 신용규 회장의 꼭두각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 이미지 하나 때문에 오수연 공동대표가 CG인바이츠를 위해 미국에서 무시를 당하거나, 수차례 법인현황보고서를 제출한 행동도 누군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오해의 소지가 생기게 됐다.
조 전 회장과 CG인바이츠가 체결한 스핀오프 계약서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는지도 의문이 든다. CG인바이츠의 소송 기각 신청서에는 지속적으로 주주간계약의 발효의 조건으로 주식인수계약의 종결을 들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식인수계약에는 당사자의 출자 시한을 언급하는 것으로 알고있으나, 소송장과 결정문 어디에도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 앱토즈에 백혈병 신약 후보물질 CG‑806을 기술 수출했던 2018년을 제외하면 CG인바이츠의 실적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2023년부터는 당기순손실이 250억원 규모에서 500억원대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주가도 역대 최저수준인 1600원대 내외를 오가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바이오벤처의 본분인 신약개발을 통한 기업의 회생을 바랐겠지만, 기업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소유권이 분쟁의 쟁점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여기에 소송 과정에서 손상된 리더들의 이미지 회복도 시급하다. 말 그대로 ‘기업의 명운’이 달린 난국을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