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미국산 장비 해외반출 요건 강화
사실상 중국 견제용… 삼성·SK 공장 위기
내년 1월부터 시행… 미 정부와 협의 절실

삼성전자 일러스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 일러스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공장 반입 요건을 강화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생산 역량 확대와 기술력 확보를 견제하기 위함인데, 삼성·SK 중국 공장이 저사양 제품 전담 거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오는 2일 연방 관보 게재를 앞두고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전자반도체유한공사, SK하이닉스반도체유한공사, 인텔반도체유한공사 등 세 곳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중 인텔반도체유한공사는 SK하이닉스가 최근 인수한 곳이라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지정제로 운영하는 VEU에 포함되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반출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VEU에서 제외되면 내년 1월부터는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때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현상 유지를 위한 장비 반출은 허용하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 역량 확대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반출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물량의 약 35%, SK하이닉스 D램 물량의 약 40%가 중국에서 생산될 정도로 중요성이 큰 데다가, 미국의 대표적인 장비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을 대체할 만한 업체도 당장 찾기 힘들다. 

게다가 양사가 2010년 이후 중국 반도체 공장에 투입한 금액은 약 5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완공한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설립에 30조원이 들었고, SK하이닉스는 D램 공장 신설과 인텔 중국법인(솔리다임) 인수 등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산 최신 반도체 장비 반입이 제한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결국 최신 장비가 필요 없는 저사양 제품 위주로 생산하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이기 때문에 미 정부와 타결을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 반도체 견제 기조를 당장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글로벌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KLA는 반도체 분야에 들어가는 광학 장비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램리서치는 전도체 식각 공정 시장의 60%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는 반도체 이온주입 장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대상에 ‘미국산 기술’도 포함하고 있어 일본이나 유럽 업체로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추진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 낸드 공정을 128단(7세대)에서 256단으로 전환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400단(10세대) 이상 낸드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중국 공장은 저사양 제품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 정부가 제때 장비 반출을 승인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1000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행정 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철회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함을 미국 정부에 강조했다”며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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