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가 'EP 705특허' 무효 결정⋯英 대법원 "상고 기각"
아스트라제네카 소송비용 차감 주장⋯"일정비율 반영 조건"
'비아트리스·테바·글렌마크'에 소송비용 선지급⋯58억원 규모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포시가.(사진=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사진=아스트라제네카)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B)가 당뇨병 치료제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 영국 특허 소송에서 패소했다. 소송비용 부담 결정에서도 수십억원의 비용을 원고측에 보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글로벌 빅파마의 독점 전략이 법적 정당성을 잃은 것에 더해, 소송에서의 패소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지난 1일 ‘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이하 영국 고등법원 특허법원)‘은 비아트리스의 자회사인 ‘제네릭스(Generics U.K. Ltd)‘와 ‘테바(TEVA PHARMACEUTICAL INDUSTRIES LIMITED, TEVA UK LIMITED)‘, ‘글렌마크(GLENMARK PHARMACEUTICALS EUROPE LIMITED)‘가 아스트라제네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화 소송의 비용부담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올해 4월 28일 영국 고등법원 특허법원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다파글리플로진의 ‘EP 1084705 특허(C-아릴 글루코사이드 유도체 및 SGLT2 억제제로서의 용도, 이하 EP 705특허)‘ 무효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보호인증증서(SPC/GB12/044 다파글리플로진 단독 성분, SPC/GB14/050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병용)‘도 무효가 됐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는 원고측에 항소와 함께 제네릭 발매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5월 28일 영국 고등법원 특허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여기에 7월 16일 영국 항소법원으로부터 항소가 기각됨에 따라 1심의 무효판결이 확정됐다. 또한 7월 31일 영국 대법원도 상고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사진=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사진=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판결문에 따르면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원고측이 승소 당사자라는 점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원고측 비용에서 차감이 있어야 한다며 ▲고전적 진보성 주장 ▲확장 문서공개 절차 ▲재판 일정 신청 ▲소장 수정 관련 비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차감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일정 비율로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합의됐다.

고전적 진보성 주장에서 심리 당시 원고측은 EP 705특허에 ▲개연성 부족(plausibility)으로 인한 진보성 결여 및 불충분성 ▲‘WO 2001/027128 특허(C-아릴 글루코사이드 SGLT2 억제제, 이하 WO 128특허)‘ 대비 기술적 기여 부족으로 인한 진보성 결여 및 불충분성 ▲WO 128의 공개로부터 통상의 기술자가 SGLT2 억제제인 다파글리플로진에 당도하는 것이 자명하다는 주장(고전적 진보성)을 했다.

재판 결과 원고측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장에서는 승소했지만, 세 번째 주장은 최종 변론에서 철회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원고측이 관련 비용을 회수할 수 없으며, 자사가 쟁점에 대한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고측은 다파글리플로진과 WO 128특허 화합물의 자명성이 완전히 무리한 주장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고전적 진보성은 원고 측이 제기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별도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쟁점을 제기함으로써 증가한 비용은 원고측이 회수할 수 없으나, 아스트라제네카의 쟁점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원고측 비용이 증가한 비율을 10%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원고측 비용에서 차감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진=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사진=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다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소송 과정에서의 확장 문서공개 절차와 관련한 비용을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원고측이 아스트라제네카가 초기에 공개한 EPO(유럽특허청) 제출자료, USPTO(미국특허청) 제출자료 및 진술서에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에 기인한다. 여기에는 다파글리플로진과 WO 128특허의 화합물 특성을 비교한 데이터 추가 문서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본안 심리 직전 아스트라제네카가 비교 데이터 개선 주장은 철회한다고 입장 변경함에 따라, 확장 공개된 문서는 재판에서 사용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는 원고측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고측이 “특허 명세서에 없는 데이터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음에도 확장 문서공개를 요구한 것과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 불합리하고 공격적이라는 것에 기인한다. 

재판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분명 관련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려고 했으며, 마지막 순간에 주장을 철회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원고 측의 태도에서 불합리하거나 공격적이라고 볼 만한 요소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관리일정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원고들이 CMC(사건관리회의) 이전에 재판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사가 추가비용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해당 비용을 원고측이 일정부분 부담해야 한다며 ▲비아트리스에 2만4000파운드(약 4000만원) ▲글렌마크에 2만4000파운드 ▲테바에 1만5000파운드(약 2500만원)으로 판시했다.

사진=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사진=영국·웨일스 고등법원 비즈니스·재산법원 지식재산 목록(ChD) 특허법원 판결문 발췌

아스트라제네카는 원고측의 소장 수정 관련해서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테바와 글렌마크는 ‘SPC/GB14/050(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병용)‘ 무효를 주장했으나, 아스트라제네카는 “병용 시 부가적 효과(additive effect)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테바와 글렌마크는 해당 주장을 철회하고 소장을 수정했다. 

테바와 글렌마크는 수정으로 생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에 동의했으나, 아스트라제네카가 병용 SPC 주장에 대응하느라 사용한 비용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측이 철회한 공격에 대한 비용은 보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에게도 원고측 주장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제기됐기에 비용을 보상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마이클 태핀(Michael Tappin) 영국 고등법원 부판사는 “원고들의 비용에서 각각 10%를 공제할 것”이라며 “비아트리스의 비용에서 2%, 테바의 비용에서 0.8%, 글렌마크의 비용에서 1.2%를 추가로 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러나 전체적으로 승소자인 원고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비용을 그 이상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원고들에게 선지급(payments on account)을 해야 한다는 점에는 다툼이 없다”며 “비아트리스에 69만8000파운드(약 11억8600만원), 테바에 130만5000파운드(약 22억1800만원), 글렌마크에 143만7000파운드(약 24억4200만원)를 선지급하도록 명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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