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사건관리계획’ 확정…2026년까지 절차 진행”
메리츠 “책임 없다” vs 파산관재인 “환수 적법” 맞불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메리츠화재(이하 메리츠)의 ‘메이도프 폰지사기’ 소송 공방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초대형 금융사기 여파 속에서 메리츠는 2011년 피소된 이후 현재까지 미국 뉴욕 법원에서 본안 심리에 묶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최종 판결 대신 새로운 사건관리계획을 확정했다.
현지시간 6월 20일 미국 뉴욕주(州) 남부 연방파산법원은 ‘제2차 사건관리계획(Second Amended Case Management Plan)’을 승인했다. 이는 메리츠와 메이도프 펀드 파산관재인 어빙 피카드(Irving H. Picard) 간 진행 중인 소송 절차를 어떻게 이어갈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양측 당사자에게 오는 2026년 4월 24일까지 사실심리 증거조사(Fact Discovery)를 완료하도록 명령했다. 이 기간 동안 양측은 문서 제출과 증인신문, 해외 증거조사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전문가 증거조사(Expert Discovery) 여부를 협의하고, 모든 절차가 끝나면 법원과 협의해 최종 재판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2008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메이도프 폰지 사기’의 여파다. 이 사건의 주범은 월가의 거물로 불리던 버나드 로렌스 메이도프(Bernard L. Madoff)로, 그는 수십 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다.

2008년 말 메이도프의 투자 사기가 폭로되면서 전 세계 개인투자자와 금융기관, 보험사, 연기금 등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피해 규모는 약 650억 달러(약 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원은 메이도프 펀드의 자산을 관리·정리하기 위해 파산관재인 어빙 피카드(Irving H. Picard)를 임명했고, 피카드 측은 펀드에서 흘러간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배분하기 위해 전 세계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상대로 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도 피소 대상에 포함됐다. 2011년 8월 피카드 측은 메리츠가 메이도프 펀드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며 환수(avoidance)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4년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미국 파산법을 해외 간 거래에까지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환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파산법원으로 환송됐고, 이후에도 절차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소송은 장기화됐다.
2022년 메리츠가 법원에 제기한 소송 기각(Motion to Dismiss)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사건은 본격적인 본안 심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같은 해 11월 메리츠는 답변서(Answer)와 함께 항변(Affirmative Defenses)을 제출하며 본격적인 방어에 나섰다.
법원은 사건관리계획(Case Management Plan)을 확정해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이를 보완하는 수정계획이 차례대로 마련됐다.
메리츠 측은 그간 계속해서 책임을 부인해 왔다. 메이도프 펀드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는 점, 환수 소송에서 주장하는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리로 내세워왔다.

특히 자신들이 메이도프 펀드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가 아니라, 중간에 위치한 ‘피더펀드(Feeder Fund)’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금 흐름이 연결됐을 뿐이라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메리츠가 펀드로부터 실질적인 혜택을 얻었다는 파산관재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법적으로도 환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뉴욕 파산법이 해외에서 이뤄진 거래에까지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들며 소송 자체의 정당성도 문제 삼아 왔다. 2014년 뉴욕 남부지법이 해외 송금에 대해 파산법 적용을 제한하는 판단을 내린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 측은 자사가 피소된 것은 단순히 메이도프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 수많은 금융기관이 일괄적으로 환수 청구를 당한 맥락에 불과하며, 구체적 사실관계나 법적 책임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피카드 측은 메리츠 측이 받은 자금 역시 환수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메이도프 사태가 전 세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을 거쳐 자금이 이동한 초대형 금융사기였기 때문에, 특정 거래가 해외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환수 청구를 제한한다면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자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파산법상 관재인에게 부여된 권한은 해외로 송금된 자금에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처럼 ‘피더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된 경우라도 결국 메이도프 펀드에서 흘러나간 자금인 만큼, 이를 반환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피카드 측은 미국 내 절차뿐 아니라 헤이그 증거조사 협약 등 국제 사법공조 절차를 활용해 해외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법원에 제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며, 법원이 정한 일정에 따라 최소 2026년까지 증거조사와 심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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