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필수인 HBM 물량 증가 예상돼
HBM 핵심 생산자 삼성·SK 수혜 기대

브로드컴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브로드컴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오픈AI와 손잡고 인공지능(AI)칩 생산에 나서며 엔비디아 독주체제를 견제하려는 빅테크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AI칩에 필수로 들어가는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규 공급처의 등장으로 물량 확대 기회를 잡게 됐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오픈AI의 자체 AI칩 양산을 수주했다. 수주 규모는 100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르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 AI칩은 주문형반도체(ASIC) 형태로, 오픈AI의 데이터센터에 공급된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현지시간) 2025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규 고객사로부터 AI칩 주문을 확보했다”며 “내년 매출 성장률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모두 강점을 갖는 기업으로 특히 네트워킹 칩과 무선통신 기술의 절대 강자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당 수천 개의 AI칩을 연결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킹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또 자체 보유한 반도체 설계 역량도 상당해 구글·메타 등 빅테크의 AI용 반도체 개발·제조를 지원한다. 오픈AI도 이번 계약을 통해 브로드컴의 도움을 받아 엔비디아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이 오픈AI의 대규모 수주를 받으며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을 점치고 있다. 이번 물량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칩이기 때문에 첨단 HBM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HBM을 생산하는 업체는 사실상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 뿐이다.

특히 최신 시스템인 만큼 차세대 HBM인 ‘HBM4’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고부가가치도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에 5세대인 ‘HBM3E’를 납품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HBM을 공급하고 있어 업체 간 신뢰도도 이미 높아 조건만 맞다면 차질없이 공급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엔비디아를 필두로 현재 AI칩 기업들은 HBM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브로드컴도 3사로부터 동시에 HBM을 납품받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의 경우 그동안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는 비율이 독점 수준으로 높았지만, 올 들어 마이크론을 공급망에 참여시키고 삼성전자도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신형으로 갈수록 가격을 높여 고객들의 불만이 쌓여왔다”며 “브로드컴처럼 AI칩을 생산하는 빅테크가 늘어나게 되면 핵심 공급망 지위에 있는 기업의 수혜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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