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4 개발완료 '양산돌입'
삼성전자, 최신 기술 모두 적용해 '승부수'
엔비디아 공급 다변화 의지… 삼성에 기회

SK하이닉스가 공개한 HBM4. 사진=SK하이닉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최대 공급처인 엔비디아의 검증이 진행되는 가운데 누가 가장 많은 물량을 선점하냐에 따라 ‘인공지능(AI) 메모리 대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업계 최초로 HBM4 개발을 공식 완료하고 양산 체제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 전환점이며, AI 시대 기술 난제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모두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하고 현재 품질 테스트 단계를 거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가장 먼저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상반기 이를 완료했다.

엔비디아가 가장 많은 물량을 맡길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후보는 현재까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사 후공정(패키징)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SK하이닉스는 이전 세대인 ‘HBM3E’까지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으로 HBM을 공급하며 AI 시대 핵심 공급망 기업으로 떠올랐다.

TSV(실리콘 관통 전극)를 활용한 최초의 HBM 자체를 SK하이닉스가 개발한 만큼,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발판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올해 D램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용 AI칩의 ‘큰손’인 엔비디아와 신뢰 관계가 두텁다는 점이 HBM4에서도 두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HBM4에 안정성이 검증된 자체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 효율적으로 고단 적층을 구현하는 동시에 방열 성능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4는 이전 세대 HBM3E보다 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로 대역폭을 배로 확대했다”며 “전력 효율은 40% 이상 끌어올렸고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에 ‘도전자’로 맞서는 삼성전자는 HBM4에 가장 진보된 공정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전 세대 HBM 전쟁에서 완패한 삼성전자는 HBM4로 설욕하기 위해 자사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었다. 삼성전자가 HBM4에 도입한 10나노미터급 5세대(1c) D램 기술은 업계 최초다. 

HBM 공정의 핵심인 베이스 다이도 직접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 D램과 하단 로직 다이 모두 초미세 공정을 사용한 것은 현시점 유일한 공정 조합으로, 차세대 HBM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을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31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일찌감치 HBM4 양산 준비 소식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HBM4 1c 나노 공정의 양산 전환 승인을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게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HBM4 공급업체들에 더 높은 조건의 전력 소모 감소와 속도 향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c D램 기반의 HBM4 생산 수율을 안정적으로 달성한다면 내년 HBM 공급량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HBM4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삼성전자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 실제로 엔비디아 측이 SK하이닉스와 내년도 공급 물량 가격 협상을 다소 늦추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낮은 가격으로 HBM 공급에 참여할 것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격을 명분 삼아 SK하이닉스 물량에 대해서도 가격 조율에 나선 것이다. 또 엔비디아는 올 들어 마이크론을 ‘HBM3E 12단’ 공급망에 넣으며 SK하이닉스 독점 구도를 깬 만큼, HBM4도 이런 기조가 반영되리라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기존 SK하이닉스에 의존하던 HBM 수급을 점차 다변화하며 공급망 리스크를 줄여 나갈 것”이라며 “다만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서로 간 신뢰가 여전히 확고하고, 기술력도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최상위인 만큼 삼성전자가 도전하는 모양새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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