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중대·증거인멸 염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결국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전날 5시간 가까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한 총재는 구치소 정식 입소 절차를 밟게 됐다. 2012년 9월 단독으로 교단 수장을 맡은 이후 첫 구속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세 차례의 소환 요구를 거부하다 공범으로 지목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된 이후에야 모습을 드러낸 점, 관련자들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을 들어 구속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 진술 일관성이 부족한 공여자의 증언만으로 구속을 시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한 총재는 2022년 초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해 통일교 지원을 요청한 혐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매개로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단 자금으로 해당 물품을 구매해 사용한 혐의는 업무상 횡령으로도 이어진다. 또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까지 걸려 있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씨의 공소장에는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구상을 실현하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 총재 신병 확보로 특검 수사는 권 의원 금품 수수 의혹,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 다른 혐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검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11만여명 규모의 통일교인 추정 국민의힘 당원 명단도 확보한 상태다.
한편 같은 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모 전 비서실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공범 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 발부를 거부했다.
정 전 실장은 교단 2인자로 한 총재의 주요 범죄 혐의 공범으로도 언급된 핵심 인물이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 구속 관련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이를 계기로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