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입법 드라이브'에 국힘 장외투쟁 등 맞불
민심 선점 총력전, 추석 연휴 이후 더 치열해질 듯
野 "이달 국감서 민생·외교·안보 전방위 공세"

4박5일 동안 이어진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은 지난 29일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요청해 진행된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 4건은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필리버스터 정국은 일단락됐지만, 여야는 국회 곳곳에서 충돌 중이다. 당장 야권은 최근 벌어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에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맹공을 퍼붓는 등 여야간의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달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여야간 대치 국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추석 연휴에도 여야의 대치 국면은 식탁 위로 고스란히 번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동시에 불붙었고 명절 민심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는 한층 거세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부터 두번째)가 지난달 25일 추석을 앞두고 물가점검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부터 두번째)가 지난달 25일 추석을 앞두고 물가점검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추석 밥상에 오른 '극한 정치 대립'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잇따라 장외 집회에 나서는 등 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사법파괴·입법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여당을 재차 정조준했다. 대구 장외집회가 ‘야당 탄압’에 초점을 맞췄다면, 서울 집회에서는 사법부 수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인공지능(AI) 변조 음성인지 알 수 없는 자료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건 군부 시절에도 없었다”며 “삼권분립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확정된 검찰청 폐지와 관련해선 “헌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을 법률로 없앨 수 없다. 검찰이 사라지면 범죄자만 득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이 모든 사태는 이재명 한 사람 때문”이라며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 충돌에 따라 최대 70여개 법안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등 주요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며 ‘입법 드라이브’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대선 개입 의혹’ 증거의 신빙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민주당의 공세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앞줄 가운데) 송언석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끝)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앞줄 가운데) 송언석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끝)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외집회·국정감사, 野 연휴 이후 전방위 공세 예고

국민의힘은 이미 대구와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며 결집력을 확인한 가운데 연휴 직후 국정감사에서는 외교·안보, 경제·민생 전반을 겨냥한 전방위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행정 서비스는 마비됐는데 쿠폰 시스템만 돌아간다”, “김정은과의 어설픈 티키타카로 대민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원내 지도부의 발언은 정부를 압박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뿐 아니라 대통령실 인사 문제도 도마에 올렸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의 제1부속실장 기용에 대해서도 “사실상 만인지상급 권력의 방증”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집중 검증을 예고했다.

안보 현안도 주요 타깃이다. 군부대 현장 점검 일정을 추진하며 외교·안보 이슈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결국 여야의 대립은 추석 연휴를 거쳐 오히려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일방 처리 기조에 맞서 국민의힘은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적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민생입법 차질을 감수하더라도 국회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기류 속 ‘100일 필리버스터’ 카드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입장 변화는 없다”며 민주당의 강행 처리 방식을 “온실가스배출법 날치기”라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하며, 여당 중심의 일방 통과에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발판으로 대여 투쟁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국감을 연결해 ‘투쟁’ 기조를 굳혀가는 분위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장외 투쟁은 접어두고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실제 정책위 주도로 연일 토론회를 열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장기 투쟁 의지를 확인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사법 흔들기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 재판 지연을 위한 것”이라며 “재판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사법 방해는 더 노골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명절 밥상에 올라온 민심은 정치권 공방의 새로운 무대가 됐다. 여당과 야당은 각각 ‘사법 정의’와 ‘입법 독주’라는 프레임으로 추석 민심 선점을 위한 치열한 전선을 형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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