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이 대통령 회동, 이재용·최태원도 참석
삼성·SK,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전면에
150조 국민성장펀드·전략산업 JV 투자 방안 논의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을 “국가적 대전환의 엔진”으로 규정하며, 금융·산업 간 전통적 장벽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AI 산업에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과 한국 기업의 기회 창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대통령께서 규제 개선 문제까지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선 오픈AI와 한국 기업 간 전략적 협력이 대거 발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오픈AI는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전남·포항 등 비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각각 고대역폭메모리(HBM) 협력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는 오픈AI가 추진 중인 초대형 글로벌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의 일환이다.
오픈AI는 웨이퍼 수요가 월 90만 장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 반도체를 핵심 공급망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AI 확산은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다. 삼성과 SK는 이미 세계 시장의 양대 축”이라며 “파트너십은 세계 AI 질서를 주도할 상생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 투자 재원 문제와 관련해 “AI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고 천문학적 자금이 요구된다”며 “독점 폐해를 막을 장치를 전제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오는 12월 출범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역시 에너지·반도체 같은 전략산업에 조인트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다만 금산분리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국제 사례를 참고해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회동은 다소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제가 챗GPT 유료 구독자”라고 하자, 올트먼 CEO는 “인구 대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올트먼 CEO는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AI에서 필수적인 국가”라며 “삼성과 SK와의 파트너십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AI’라는 구호는 공허할 수 있는데, 민간이 이를 실현하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테스트베드”라고 화답했다.
재계도 강한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회동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는 AI 도래라는 중요한 시점에 있으며, 혁신을 위해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며 “삼성은 오픈AI와 함께 미래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스타게이트 협력은 SK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데이터센터, 에너지, 네트워크 등 AI 스택 전반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