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별 연휴 속 하반기 전략 점검
대기업, 10월10일 휴무로 황금연휴
APEC CEO 서밋 글로벌 협력 구상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다음 달 초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10월 3∼12일)를 맞아 경영 전략 점검과 하반기 구상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긴 연휴는 총수들에게 글로벌 현안을 정리하고 신사업 방향을 구체화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총수들은 추석 이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부대행사로 열릴 아시아 태평양 연례 비즈니스 포럼인 'APEC CEO 서밋'에 참석할 글로벌 빅테크 '빅샷'(거물)들과의 협력 확대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사업장 점검과 임직원 격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한미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찾는 등 숨 가쁜 글로벌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 설 연휴에는 해외 일정을 건너뛰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현장 경영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국내에 머물며 연휴 기간 그룹의 하반기 전략을 정리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초 예정된 CEO 세미나를 앞두고 인공지능(AI) 중심의 신사업 확대 방안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APEC CEO 서밋 준비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참석은 확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오픈AI 샘 올트먼 CEO,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 애플 팀 쿡 CEO 등 거물급 인사들의 방한 여부가 관심사다. 재계는 이번 행사를 한국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간 협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수입차 25% 관세가 그룹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있었던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 여파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행사에서 “미국은 현대차그룹에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이라며 현지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AI·바이오·클린테크(ABC) 3대 축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우주 사업 등 신사업 강화와 함께, 미국발 관세 압박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해외 현장 점검에 나서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을 재확인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기선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은 외부 일정 없이 휴식하며 내부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반에는 ‘워라밸’ 문화 확산 속에 최장 열흘 황금연휴를 직원들에게 보장하려는 분위기가 퍼지는 모양새다. 한글날(10월9일)과 주말 사이 낀 10일 금요일을 특별휴무일이나 권장휴무일로 지정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삼성은 별도 지침 없이 직원들이 연초에 계획한 연차를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으며, SK도 계열사별로 자율 휴가를 독려한다.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 등은 10일을 권장휴무일로 지정해 임직원들의 장기 재충전을 지원한다. 기아는 대체휴무일로 정해 연차 소진 없이도 쉴 수 있도록 했다.
HD현대는 연차 사용을 권장하면서 직원 자율에 맡겼다. HD현대중공업은 노사 단체협상에 따라 특별휴가를 제공한다. 두산그룹은 연차 사용을 권고했고, 포스코그룹은 근무·연차 중 자율 선택제를 운영한다. DL이앤씨는 창립기념일과 맞물려 전사 휴무에 들어가며, 현대건설은 다음 달 10일을 공동 연차일로 지정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임직원들에게는 최장 열흘간의 재충전 기회를 부여하고 총수들에게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을 재점검할 시간을 제공한다.
재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 전략을 다듬고 신사업을 설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