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내년 수소차 보조금 축소
보조금 없이는 사실상 '판매불가'

디 올 뉴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수소차 모델인 '디 올 뉴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정부가 내년 수소차 보조금 지원 대수를 절반으로 줄이며 수소차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현대차는 신형 넥쏘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수소차 의지를 보이나, 이번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도 수소전기차(FCEV) 구매 보조금을 지난해 대비 1450억원 축소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수소차 구매 보조금으로 ▲승용 1350억원 ▲버스 4280억원 등 총 5630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승용 2475억원 ▲버스 4605억원 등 총 7080억 원과 비교하면 1450억원(20%) 삭감됐다. 

수소차 구매 보조금은 승용 기준, 국고 보조금(2250만원)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700만~1500만원)이 합산된다. 환경부는 여기서 국고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를 토대로 자동차 업계는 내년 ▲승용 6000대 ▲버스 1859대 가량이 실질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수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승용 1만1000대 ▲버스 2000대 대비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여기서 승용 수소차는 보조금 지원 대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국내 유일 승용 수소차 넥쏘를 생산하는 현대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넥쏘 연간 생산 능력이 1만5000대 수준인 반면 지원 차량 대수는 40%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차는 가격이 내연기관 대비 높아 보조금이 없으면 구매심리가 떨어진다. 신형 넥쏘의 판매가격은 7643만원으로, 국고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후반까지 구매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보조금 없이는 판매가 힘든 게 현실이다. 

또 넥쏘는 올해 신형 모델 출시를 기점으로 연간 판매량 1만대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정부의 결정이 뼈아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손녀가 50년 후에는 전기차는 물론 수소차를 즐기게 될 거고, 그때는 트럭이나 트램, 철도, 선박이 수소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수소차 사업 의지를 강조한 상황에서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출시일인 지난 6월 10일부터 8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총 6767대가 계약됐다. 다만 정식 판매돼 출고된 대수는 그보다 낮은 ▲6월 50대 ▲7월 1001대 ▲8월 1203대다. 

넥쏘의 국내 월간 판매 대수가 1000대를 돌파한 건 지난 2022년 11월(1096대) 이후 2년 8개월 만으로, 신차효과를 감안해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대구, 울산, 세종에선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환경부의 예산안에 따라 승용 수소차 보조금 지원이 6000대 가량으로 한정돼 버려 업계에서는 내년 판매량에 타격이 올것으로 예상한다. 부품, 수소전지, 충전소와 같은 후방 산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없이 수소차를 살 사람은 없다”며 “환경부가 판매량을 제한한 것이나 다름없어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의 수소차 예산안은 ▲2018년 148억원 ▲2019년 1259억원 ▲2020년 2329억원 ▲2021년 3655억원 ▲2022년 4545억원 ▲2023년 6334억원 ▲2024년 5713억원 ▲올해 7218억원이다. 

하지만 집행률이 매우 낮다는 게 문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편성된 예산을소진했으나, 2021년부터 3655억원 중 2290억원, 2022년 4545억원 중 2888억원, 2023년 6334억원 중 3223억원만 집행됐다. 지난해도 예산의 약 40% 밖에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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