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첫 보험사 CEO 간담회

16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험산업의 ‘생산적 금융’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현행 건전성 규제를 장기적 자산운용 중심의 구조로 개편하고, 보험사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금융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를 비롯해 20개 주요 보험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보험산업은 국민의 안전·건강·노후를 책임지는 사회 안전망이자, 우리 경제의 자본형성 원천”이라며 “단기 성과에 매몰된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신뢰금융과 생산적 금융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산업이 장기 운용수익을 기반으로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의 틀 자체를 바꾸겠다”며 규제 합리화를 3단계로 나눠 추진할 계획을 공개했다.

먼저 1단계에서는 새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킥스·K-ICS)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손해율 등 계리가정을 구체화하고 보험사 간 비교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기본자본 비율 관리체계도 연내 마련해 자본의 질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계획이며 자본 건전성이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단계로는 금리와 시장여건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설정된 할인율 제도의 ‘최종관찰만기’를 오는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금리 변동 리스크 완화를 위해 듀레이션 규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보험사의 자본이 실물경제에 적극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강화와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분투자와 대출, 펀드투자 등 실물경제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고 보험산업이 사회적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3단계에서는 보험사의 장기 운용수익을 소비자에게 직접 환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 역시 정비한다. 보험료 할인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 혜택 확대를 유도하고 자회사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해 보험의 서비스화·신탁화 같은 미래 과제를 추진한다.

이 원장은 “보험산업은 선체가 긴 거대한 배와 같다. 초반에는 움직임이 더디지만 가속이 붙으면 방향 전환이 빠르다”며 “경영진 모두가 임기나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산업의 대전환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험업계가 제안한 ‘저출산 극복 지원 3종 세트’ 운영방안도 논의됐다. 사망보험금 유동화과 지자체 상생상품에 이어 ▲어린이보험 보험료 할인 ▲보험료 납입유예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상환유예 등으로 구성된 세 번째 사회공헌형 지원정책이다.

출산과 육아휴직 시 신청할 수 있으며 납입유예기간은 6개월~1년 내 선택 가능하다. 상환유예에도 별도 이자는 붙지 않는다. 모든 보험사는 전산 개발을 거쳐 내년 4월부터 동시에 제도를 시행하며 연간 약 1200억 원의 가계 부담 완화 효과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 보호는 보험의 본질이자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상품 개발부터 판매, 계약 유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불완전판매 근절과 보험금 신속 지급을 위한 제도 정비를 내년 초까지 마무리하고 판매수수료 개편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보험사 내부통제와 조직문화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보험사 CEO들도 금융위의 방향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보험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개편해 신뢰받는 금융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 회장 역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전용상품 개발에 힘쓰는 동시에, 자본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보험산업이 국민의 삶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산업 구조 전환이 필수”라며 “정부도 규제 합리화와 정책 지원을 통해 보험업권의 ‘생산적 금융’ 참여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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