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김용범 美와 막판 신경전
대미 현금투자액 관건, '연 150억·200억달러' 설왕설래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한미 양국이 워싱턴DC에서 진행한 관세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약 두 시간 동안 집중 협상을 벌였다.
김 실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은 쟁점이 많지 않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짧게 말했다. 다만 “협상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며,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한두 가지 이슈에서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우리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해준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협상단은 워싱턴 일정을 마친 뒤 곧장 애틀랜타로 이동해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평가되는 제안을 건넨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향후 10년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구조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협력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간 미국의 경우 전액 현금 투자를 고집하는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고려해 분할 및 비현금 투자 방식을 제시해왔다. 한미 간 시각차는 투자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막판 협상의 핵심 쟁점은 ‘얼마나 현금으로, 얼마나 기간을 나눠 투자할 것인가’다. 한국 정부가 감내 가능한 현금 투자 한도를 연 150억~200억달러 수준으로 제시했고 미국은 여전히 현금 비중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미의 협상의 본질이 단순한 관세 조정 외애도 10년 중장기 투자 구조 전반을 조율하는 데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에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는 150억~200억달러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측은 이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서 ‘10년 분할 투자안’을 중심으로 한 절충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부분 현금 비중을 상향하되, 장기 분할 납부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결국 관세 협상의 성패는 ‘3500억달러 중 현금 비중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 ‘그 범위가 한국 경제의 내구성을 해치지 않느냐’에 달렸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이 원하는 최종안이 아닌 한국의 국익이 반영된 최선안을 만들러 간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관련해 “한국과 공정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최근 중국과의 무역 교착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관세 외교의 무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통상 조정이 아닌 안보와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패키지 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 김 실장 역시 “통상 문제가 정리되면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미뤄졌던 안보 합의까지 함께 발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향후 며칠간의 논의는 한미 경제 협력의 새 틀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장 한국 정부는 협상에서 “시간보다 국익”, “속도보다 실질”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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