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내년물량 완판"…AI 경쟁력 본궤도 복귀
엔비디아향 공급 공식화… 'HBM4'로 SK와 본격 경쟁
경쟁 승패 관계없이 내년 전무후무 메모리 초호황 예상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칩 필수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내년 물량을 사실상 완판시키며 증산 계획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지난 2분기까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삼성전자도 폼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며 내년 공급이 시작될 HBM4(6세대)에서 AI 시대 메모리 패권을 놓고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3분기 확정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며 “추가 수요가 지속 접수되고 있어 HBM 증산 가능성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혀 내년 HBM 물량이 ‘솔드아웃(완판)’임을 시사했다.
또 삼성전자는 “HBM3E(5세대)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며 엔비디아향(向) 납품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회사는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했지만, 최대 공급처인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 절차가 지연되며 공급이 늦어진 바 있다.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는 D램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마지막으로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합류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뛰어올랐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조16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고, 매출은 86조617억원으로 8.8% 늘어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전분기(4000억원)의 17배, 전년 동기(3조9000억원) 대비 79.5%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과 성과로 봤을 때 삼성전자가 침체 분위기였던 메모리 시장 주도권 회복을 가시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회사가 오랜 기간 추진한 HBM3E 공급이 드디어 활로를 찾았고 빅테크 수주도 몰리며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또 차세대 HBM4 출하 준비까지 마치면서 수년간 이어진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인 HBM4에 대해서도 “이미 개발을 완료해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며 “고객 요구보다 높은 성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이번에 출하된 HBM4는 데이터 전송 속도 11Gbps 이상을 구현했으며, HBM 설계의 핵심인 베이스 다이(Base Die)에 4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HBM4를 엔비디아가 승인하면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에 탑재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HBM4에 대해 “경쟁사 대비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며 “HBM4 샘플이 이미 엔비디아 요구 사양을 충족시켜 재설계 없이 양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도 이번 분기 확연한 개선 신호를 보였다. 회사는 “첨단 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됐다”며 “2나노 1세대 공정 기반 신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2나노 2세대 공정 개발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고성능컴퓨팅(HPC) 및 오토모티브 수요 확대로 선단 공정 비중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오토모티브 수요는 테슬라를 뜻하는 것으로, 지난 7월 테슬라는 23조원 규모의 첨단 AI칩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다. 이 AI칩은 테슬라의 핵심 기술인 완전자율주행(FSD)와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에 물량을 추가로 맡길 수 있다는 의향도 내비치며 양사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대표 제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부활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플래그십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7에 3나노 기반 ‘엑시노스 2500’이 탑재되면서 시스템LSI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업계는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엑시노스 2600’과 테슬라·애플 등 대형 고객사 수주가 반영되면 조 단위 적자 폭이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활에 따라 시장의 눈은 내년 SK하이닉스와의 ‘진검승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HBM 경쟁력에서 뒤처졌으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6%포인트였던 SK하이닉스와의 글로벌 D램 점유율 격차를 3분기 1%포인트로 좁혔다. HBM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며 점유율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메모리 투자를 대폭 늘려 기술력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을 넘어 SK하이닉스를 넘는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AI 연관 수요 대응을 위해 5세대(1b)·6세대(1c) D램 설계를 중점으로 해 설비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1c 공정은 HBM4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다만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 창사 최대 실적을 달성한데다 HBM4를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할 전망이라 가장 먼저 HBM4 경쟁에서 치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또한 HBM4의 수요 폭발에 대비해 최근 청주에 신규 확장 공장인 ‘M15X’ 팹(반도체 공장)를 완공하고 장비 반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경쟁 주도권과 별개로 나란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타고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2026년에도 AI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실적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은 HBM과 컨벤셔널 D램 동시 수혜로 매출액 376조원, 영업이익 82조원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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