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서 박진영-시진핑 만남, '한한령 해제' 기대 솔솔
양국 문화교류 진전 분위기 평가 속 관계 ‘전면 복원’은 아직
안보 등 민감 분야서 양국 여전히 탐색 단계 분석 잇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한중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며 ‘실용 외교’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국빈방문과 함께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복원과 문화·경제 협력 재가동의 신호탄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회담 직후 대통령실과 중국 측의 온도 차가 확인되면서 이번 회담이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이 아닌 ‘신중한 재시동’의 단계라는 평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문화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해 “법적 규정 등으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문화 교류 활성화와 콘텐츠 교류 증진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적 소통을 통해 조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한한령’ 관련 언급을 배제한 채 인적 교류 확대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인공지능(AI)·바이오·녹색산업 등 실질 협력 분야만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회담 중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며 “여론과 민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문화 제재 완화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중국 측은 문화 교류의 상징적 제스처에는 열려 있으나, ‘한한령 해제’라는 표현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문화산업 개방은 중국 내 통제 시스템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 만찬에서는 시 주석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공개되자 정치권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박 위원장이 북경 공연을 제안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한한령 해제를 넘어 본격적인 K-문화 중국 진출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지만,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공식 외교 행사 중 원론적인 인사와 덕담 수준의 대화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위원장 역시 “좋은 말씀을 경청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 제스처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제재 해제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야당 측에서도 “한중 관계가 ‘정상화’로 가려면 사드(THAAD) 갈등에 대한 상호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중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엔터테인먼트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지난 1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빈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지난 1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국빈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JYP엔터테인먼트는 장 초반 8만85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정규장 마감가 기준으로도 8만5100원으로 52주 최고치를 새로 썼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지인해·김지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완전 해제는 시기상조지만, 문화 교류 강화의 실마리가 포착되고 있다”며 “엔터·미디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들어 중국 내에서 한국 콘텐츠 관련 움직임이 서서히 재개되는 모습이다. 트와이스와 아이브 팬사인회가 중국에서 열렸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이 중국 개봉을 앞두는 등 한류 콘텐츠의 부분적 재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첫 시험대를 맞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 복원이 아닌 관계 재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단계”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화려한 복귀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리셋에 가깝다”며 “한중 양국 모두 경제 협력 확대 의지는 분명하지만, 문화·안보 등 민감한 영역에서는 상호 탐색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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