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과학자 100명·해외연구자 2000명 유치' 프로젝트 가동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 현 1.3%→2030년까지 10%로 상향
2030년까지 R&D 체질 개선 목표 설정...이 대통령 "실패를 자산으로"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업적을 보유한 ‘국가과학자’ 100명을 육성하고 해외 우수 연구자 2000명을 국내로 유치하는 대대적인 과학기술 인재 확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인구 감소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연구개발(R&D)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는 동시에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에 투자한 국가는 흥했고 이를 무시한 국가는 몰락했다”며 “국가도 공부해야 한다. R&D 예산은 새로운 길을 내는 투자이며, 실패조차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연구 환경에서는 진짜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며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문화 정착을 정부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범부처 차원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 및 R&D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대의 R&D 예산을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래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핵심 정책의 축은 우수 인재가 모이고 머물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세계 수준의 리더급 과학자에게 국가 단위의 명예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하는 ‘국가과학자’ 제도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매년 약 20명씩 총 100명을 선정해 대통령 인증서를 수여하고 연간 1억원 규모의 연구활동 지원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단순한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과학자가 국가적 자산”이라는 메시지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또 2030년까지 해외 우수 및 신진 연구자 2000명을 유치하는 계획도 추진된다. 해외로 나간 한인 과학자의 귀국 지원부터 외국인 연구자의 장기 정착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함께 마련된다.
취업 연계 확대, 비자 제도 개선, 영주권 및 귀화 절차 단축 등 이들이 국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대폭 강화한다. 국내 연구 인력의 기반 확충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은 현재 1.3%에서 2030년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구 몰입형 장학 제도(스타이펜드) 지원 대학도 올해 35곳에서 내년 55곳으로 늘린다. 첨단분야 교원 및 정부출연연 신진 연구자 채용 규모도 연 600명 내외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술창업 및 민간·공공 연구 일자리 지원도 강화해 연구-산업-현장 사이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목표다. 정년 이후 우수 연구자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별도 지원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정년 이후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신규 연구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출연연의 정년 연장 및 재고용 대상을 확대한다.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간 겸직 활성화와 기업 연구자 육성 기금 도입도 병행된다.
연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과도한 행정·평가 부담도 대폭 손질에 나선다. 연구비 관리는 ‘규제 중심’에서 ‘연구자 자율·책임 중심’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직접비의 10%는 자율 사용으로 보장하고 간접비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정부출연연의 과제 중심 운영방식(PBS)도 단계적으로 폐지해 기관이 과제 수주 경쟁에 쫓기지 않고 본연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연구평가 방식도 성과 지표 중심에서 혁신성과 도전성 중심으로 대전환되며, 기존 ‘우수-보통-미흡’ 평가 체계 폐지를 통해 실패를 인정하고 기록으로 축적하는 ‘실패의 자산화’ 모델을 확립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를 위한 전문 평가위원 풀 6000명을 확보하고 평가위원 전면 실명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매년 국가 예산 대비 R&D 예산을 5% 수준으로 꾸준히 확대하되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반 예산분석 및 배분시스템도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
지방정부와 지역거점대학의 R&D 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 자율 R&D’ 체계 구축도 이뤄질 전망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이번 대책은 출발점”이라며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연속 계획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