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영장 청구로 '예산 정국' 한층 격화
예산심사 일정 돌입, 민주 법정기한 내 처리 방침
국힘 "미래세대에 부채 폭탄 돌리는 돈퓰리즘" 강공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대의 ‘초대형 예산안’을 발표하며 내년도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곡지능(AI)·균형발전·민생’을 3대 핵심축으로 내세운 이번 예산안은 정부가 설정한 ‘AI 선도국가’ 비전과 직결되는 첫 번째 본예산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야권은 “포퓰리즘성 빚 폭탄 예산”이라며 반발하며, 정기국회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 본청에서 “AI 산업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며 내년도 AI 관련 예산을 올해(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린 10조1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에 2조6000억원, 인재 양성 및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내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결합해 피지컬 AI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소득층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월 200만원 이상 지원하도록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인 6.51% 인상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 우대 재정 원칙’도 제시했다.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66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K-컬처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내놨으며, 연설 말미에는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를 금 모으기로 극복한 국민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준다면, 이번에도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며 여야의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재정 파탄을 불러올 무책임한 빚더미 예산”이라며 “현금 살포와 채무 탕감으로 시장 원리를 무너뜨리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채무 비율이 이미 50%를 넘은 상황에서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65년에는 150%에 달할 것”이라며 “국민이 월급의 3분의 2를 건강보험과 연금 납부로 쏟아부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AI 시대를 대비한다는 허울 좋은 구호로 포장한 돈퓰리즘 예산”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복사 붙이기’식 확장재정을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시정연설이 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는 ‘적자 예산’”이라며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사랑상품권 등 현금성 사업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기립 박수로 화답하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정청래 대표는 “2026년 예산안은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당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진심이 국민과 나라를 향한 것임을 믿는다”며 “법정기한 내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예산안은 AI 3대 강국 도약과 민생·복지·안전을 함께 잡는 미래 설계도”라고 평가했고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정부 원안대로 12월 4일까지 통과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당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당장 국회는 이날부터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종합정책질의, 10~13일 부처별 심사,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2일로 여야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추경호 의원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야당은 “정치보복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여권은 “정치적 면책을 위한 방탄 논리”라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안 표결과 추 의원 사태가 맞물리며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국정 비전보다 여야 간 정쟁의 불씨로 번지고 있는 모습으로 추경호 특검 변수까지 겹치면 정기국회 막판은 폭풍전야”라며 “예산안과 특검 정국이 맞물리면서 정치 일정이 완전히 마비되는 초유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李대통령, 시정연설서 'AI 대전환' 선언… "산업화·정보화 이은 세 번째 고속도로"
- 국힘, 李대통령 예산연설 불참… "이제는 전쟁이다"
- 728조 '이재명표 예산' 공개… 여야, 확장재정 두고 정면충돌 예고
- 장동혁 "오늘이라도 이재명 재판 시작하라… 법치의 시험대"
- 박지원 "김영남 조문 특사로 평양 가겠다"… 정부에 공식 요청
- 국힘 "코스피 5000은 정치적 상징… 숫자 집착이 시장 불안 키워"
- 李정부 첫 예산안 시험대… 여야, '또' 협치 대신 대립 격화
- 장동혁, 시민단체 반발 속 광주행 강행… "5·18 정신 앞 진심으로 고개 숙여"
- 728조 예산안 충돌 본격화… 여야, 예산정국 초반부터 줄다리기
- 과학기술인재 유치에 총력전…연 1억 지원 '국가과학자' 제도 신설
- 국힘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 걷어낼 것"… 내년 예산안 강력 제동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