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번 조의가 남북 대화 재개의 신호탄 될 수도"
윤건영 “경조사 챙기는 게 우리 전통, 지금이 조의 표할 때”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4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국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4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국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별세 소식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정부를 향해 직접 평양 조문단 특사로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 별세 소식을 접했다”며 “조의를 표하며 유족들과 북한 주민들께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훤칠한 키에 미남이었던 김영남 위원장은 조용한 외교관 출신으로 저와는 10여 차례 만났다. 김정일·김정은 두 위원장 모두가 그를 깍듯이 예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박 의원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제가 김영남 위원장 조문 사절로 평양을 방문하겠다”면서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때 북한에서는 김기남 비서 등이 조문 사절단으로 왔고 김정일 위원장 서거 당시에는 고(故) 이희호 여사께서 방북 조문을 다녀오셨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국회에서 만난 정동영 통일부 장관께 이 뜻을 전했다”며 “북한도 받아들이고 우리 정부도 결단해 박지원을 특사로 보내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같은날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전 상임위원장의 별세에 대해 “사람 사이의 경조사는 관계의 미래를 바꾸는 분기점이 되곤 한다. 남북 관계도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 의원은 “아무리 서운하고 소원한 관계라도 조사는 챙기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자 예의”라며 “지금 남북이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조의를 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별세에 조의를 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4일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며 “2005년과 2018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정 장관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남북 간 통신선 단절로 인해 전통문 대신 대변인 발표 형식으로 조의를 전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의문 발표 배경에 대해 “김영남 전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방남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는 북측 고위 인사 사망 시 세 차례 공식 조전(弔電)을 발송한 전례가 있다. 2005년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망 때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첫 전통문을 보냈다. 

이외에도 2006년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사망 당시에는 이종석 장관 명의로, 2015년 김양건 노동당 비서 사망 시에는 홍용표 장관 명의로 각각 조의를 표했다.

반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에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해 북한 주민에게 위로를 전했지만, 직접적인 조의 표명은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예의 차원을 넘어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남북 간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언제나 ‘인도적 조의’에서 시작됐다”며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덜고 통 큰 결단을 내릴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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