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고정빈 기자] "이건 누구를 위한 주장이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 택배 노조의 개선방안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택배 노조는 오전 0~5시까지 심야배송을 금지하자는 충격적인 제안을 하며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새벽배송 전면 금지' 안을 제시했다. 겉으로 보면 ‘과로 방지’와 ‘건강권 보장’이라는 대의명분이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업, 소비자, 업계 어디에서도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쿠팡과 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배송 인력 교대제·휴게시간 보장·근무 강도 완화 등 제도적 장치를 상당 부분 마련했다. 

오히려 '노동자 보호'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새벽배송 인력 상당수가 정규직·계약직 형태로 고용된 상태인데 이들이 담당하는 물량은 하루 수십만 건이 달한다.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근무 조정은 불가피하고, 수입 감소는 현실이 된다. 이미 쿠팡 노조 등에서는 금지가 아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일방적으로 내민 셈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새벽배송은 이미 실생활과 너무 밀접하게 연결된 서비스다. 출근 전 식탁 위의 신선식품, 아이 도시락 재료, 직장인의 커피 원두까지 밤사이 움직이는 물류가 현대인의 생활리듬이 됐다. 밤이 멈춘다면 불편함이 얼마나 가중될지 상상도 안된다.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니다. 한국 이커머스 경쟁력을 만든 핵심 축이다. 새벽배송 금지 여파는 협력업체까지 확산되고 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최악의 결정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시간대를 막는다고 해서 노동자 과로 등의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업무가 낮 시간대로 몰리며 과부하와 교통 혼잡, 배송 지연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수반한다. 이마저도 결국 노동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원하고 기업을 효율을 추구한다. 노동자의 건강관리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방법이 '이해당사자와 논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면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금 노조의 '요란한 외침'은 노동자 보호라는 옷을 입었지만 그 뒤에는 혼란과 일자리 불안이라는 현실이 숨어 있다. 멈춤을 요구하기 전에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와 함께 변화를 설계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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