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우리가 황교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걸까.

12·3 불법계엄 정당화 논란,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쳐온 극단적 우파 정당들을 향해 연대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보수 진영이 크게 술렁인다.

수면 아래서만 오가던 이야기가 공식 메시지로 변한 순간, 정치권의 표정도 달라졌다. 

장 대표가 손을 내민 대상은 보수 스펙트럼에서도 극도로 오른쪽에 속한 이들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자유와혁신,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 전광훈 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의 맹주들이다.

오랫동안 거리 위에서 보수정치의 존재감을 과시해 온 세력이지만, 그만큼 강한 논란과 분열을 부른 집단들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장 대표의 의도에 대해 대체로 같은 해석을 내놓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가 겨냥하는 건 수도권 위기 돌파를 위한 결집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우측으로 더 선명한 존재감을 보이며,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렸을지 모른다. 문제는 ‘연대의 부작용’이다.

초강경 보수 세력과의 손잡기가 가져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온건보수 이탈, 중도층 반감, 결국 ‘제2의 분열’이란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길을 정한 듯하다. 보수의 외곽과 손잡는 게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판단을 굳힌 것일까.

정치의 시계는 내년 6월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던진 도박, 이른바 보수를 하나로 묶는 묘수로 남을까, 아니면 다시 쪼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이 뿐 아니라 장 대표의 강경 발언도 갈수록 늘어나는 모습으로 중도는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

보수가 선거에서 살아남는 공식은 분명하다. 확장 또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준표 2018년, 황교안 2020년의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기존 길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말은 보수 입장에서는 불길한 예고편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는 지금 패배의 공식을 스스로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강경보수의 함성 속, 장 대표의 발걸음은 계속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가 외치는 연대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까. 결과는 장 대표의 선택에 국민들이, 특히 중도증과 보수의 덕목을 견지해온 기존 지지층들이 어떤 표심을 보여줄 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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