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기자
김익태 기자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K푸드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니다. 김, 라면, 떡볶이, 김밥, 과자류에 이르기까지 한국 식품은 한류 콘텐츠를 타고 세계인의 식탁으로 자리를 넓히고 있다.

한국 식품의 깔끔한 맛과 디자인, 건강한 이미지, 그리고 ‘한글’이라는 상징성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믿고 사는’ 선택지가 됐다. 실제 수산물을 제외한 농식품 수출 규모만 연간 100억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부 품목은 K-뷰티·K-팝 못지않은 위상을 누린다.

하지만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는 최근 정부의 고강도 규제 기조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 상승 문제를 ‘시장 실패’로 규정하며 가격 담합과 경쟁 왜곡의 책임을 업계에 돌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식품·외식업체들을 상대로 원재료 담합, 출고가 인상 등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담합이나 독과점, 폭리 등 불공정 행위는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의 감시와 견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복합적인 원자재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환율 영향, 경기침체 등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물가 프레임은 문제 해결보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업계에선 “내수시장에서 이미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며 버티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 남짓에 불과하다.

“이제는 수출이 전부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인구 정체와 경기 위축으로 내수는 한계에 다다랐고 식품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땀과 시간을 쏟아왔다.

‘하바네로 불닭’, ‘김스낵’, ‘코리안 비빔소스’ 등은 모두 현지화 전략과 투자 없이는 불가능했을 성과다. 하지만 식료품 물가 상승을 단적으로 기업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의 논리에 답답할 뿐이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자’에 그쳐선 안 된다. 가격만 잡겠다는 단기적 시각보다는 해외 수출 경로 확대, 수출 대상국 다변화, 유통 인프라 지원 등 장기적 경쟁력 강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기업을 옥죄는 손보다, 응원하는 손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