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소주 인수 후 첫 제품 선봬
동남아·북미 등 4개국 수출..내년 영업 시작
정체된 내수 맥주시장 대신 해외서 돌파구
모기업 AB인베브 글로벌 유통망 활용 장점

APEC CEO 서밋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오비맥주 부스. 사진=오비맥주
APEC CEO 서밋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오비맥주 부스. 사진=오비맥주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평정한 ‘카스’의 뒤를 잇는 주류 포트폴리오 확장의 신호탄으로 자체 소주 브랜드 ‘건배짠’을 선보이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경쟁사들이 이미 동남아에서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오비맥주가 소주 제품으로 시장에 안착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건배짠 1차 수출 물량은 현재 선박을 통해 해외로 운송 중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캐나다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현지 입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현지 영업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배짠은 오비맥주가 지난해 제주소주를 인수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소주 브랜드다. 이번에 수출되는 제품은 일반 소주와 복숭아·자몽·요거트·청포도 등 4가지 과일소주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오비맥주의 소주사업 진출은 내수시장 정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카스가 여전히 맥주시장 1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지키고 있지만 국내 맥주 출고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고량은 163만7210㎘로 전년 대비 3% 줄었으며 오비맥주의 모회사 AB인베브도 한국시장에서 매출이 한 자릿수 후반대(7~8%)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주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주류기업의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4% 증가한 2억달러를 넘었고 수출 중량 역시 12만4000톤으로 4.2%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한류 콘텐츠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K-주류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장이다. 오비맥주가 첫 수출국으로 동남아 주요국과 캐나다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캐나다는 교민시장과 주류 리테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향후 미국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자사 제품이 국내 소주시장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향후 성과에 따라 포트폴리오 확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모기업인 AB인베브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강점이다.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코로나 등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맥주 기업으로 동남아 전역에 강력한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탄탄한 브랜드 파워와 해외 유통 채널을 바탕으로 소주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아직은 수출 전용 브랜드에 머물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내수 경쟁 구도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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