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타결로 통상 불확실성 해소…투자 방향 재정립
삼성 450조·현대차 125조·SK 128조·LG 100조 등
반도체·AI·미래차·소부장 중심 수도권 외 지역까지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이 향후 5년간 총 800조원이 넘는 국내 투자 계획을 잇달아 공개했다. 

최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JFS)로 통상 불확실성이 해소된 직후 대규모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면 돌파하며 ‘한국 생산기반 강화’에 무게를 실은 행보다. 투자 자금은 반도체·인공지능(AI)·전동화·로봇·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미래 기술 분야로 집중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향후 5년간 450조원을 국내에 투입한다. 최대 승부수는 평택캠퍼스 5라인(P5) 공사 재개다. 약 60조원이 투입될 P5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차세대 HBM4 등 AI 메모리 생산을 담당한다. 삼성SDS의 전남 국가 AI컴퓨팅센터, 구미 AI데이터센터, 삼성전자의 광주 공조기기 라인 검토, 삼성SDI의 울산 전고체 배터리 라인 추진 등 수도권 외 지역에도 핵심 투자가 배치된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5년간 125조200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투자를 발표했다. 전체의 70% 이상인 89조원을 AI·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봇·수소 등 미래 기술에 배정해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AI데이터센터 구축,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 로봇 제조·파운드리 공장 조성 등 로보틱스 생태계를 키우는 구상도 포함됐다. 정의선 회장은 “AI, 로봇, 그린에너지 등의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28년까지 128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예정하고 있으며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장기적으로 600조원대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AI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로 투자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는 8600억원 규모의 소부장 테스트 플랫폼 ‘트리니티 팹’을 공동 구축하며 공급망 강화에도 나선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60조원을 소부장 기술에 투입한다. 구광모 회장은 “협력사 역량도 함께 올라가야 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며 생태계 기반 확장을 강조했다. 소재·부품의 자립성과 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이다.

대규모 투자는 비수도권 중심의 균형발전 흐름과도 이어진다. 삼성의 광주·구미·울산, 현대차의 울산·서남권, SK의 울산, 셀트리온의 송도·오창·예산 등 지방에 핵심 투자처가 배치되며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매년 6만명, 총 30만명의 신규 고용 계획도 내놨다.

이번 발표는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총수가 직접 선을 긋고 나서며 촉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투자에 더 마음을 써달라”고 당부하자, 4대그룹이 즉각 800조원 규모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화답한 셈이다. AI 시대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을 핵심 생산기지이자 R&D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도 명확하다.

다만 800조원 투자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AI·반도체·로봇 분야의 심각한 인재난 해소, 규제 혁파 등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국내 생산기반을 강화해 한국을 글로벌 ‘AI 마더팩토리’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정부의 규제 개혁과 인재 육성 정책이 뒷받침돼야 성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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