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AI·반도체, 정의선 수소·모빌리티, 이동관 방산 등
양국 전략산업 협력축 확대해 차세대 산업질서 재편 전망
UAE 국빈 일정 겹쳐… 총수 동반 방문에 재계 관심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으며 양국 간 미래 산업 협력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열리는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한다. 재계 안팎에선 인공지능(AI)·수소·방산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협력 구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행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코트라(KOTRA)와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했다. 조주완 LG전자 CEO와 유영상 SK수펙스협의회 AI위원장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라운드테이블이 주요 기업들이 동시에 UAE와 중장기 협력 구상을 점검하는 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I·반도체 동맹 재확인 전망

이재용 회장은 UAE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연계해 AI·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미 2019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이어왔다. 당시 무함마드 대통령이 직접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라인을 방문해 5G·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일은 재계에서도 상징적인 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첫 해외 일정도 UAE 바라카 원전 방문으로 택했고, 주요 행보마다 중동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해왔다. 삼성물산의 부르즈칼리파, 삼성E&A의 정유플랜트 등 대형 협력 사례가 많아 이번에도 AI 데이터센터나 첨단 인프라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수소·친환경 모빌리티 '후속 투자' 논의

정의선 회장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의 협력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무바달라와 수소, 그린 알루미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서 포괄 협약을 맺은 상태다.

최근 그룹의 수소 사업 성과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연료전지 법인 ‘HTWO 광저우’가 개발한 수소 버스가 광저우국영버스 프로젝트에서 최종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이어 3주 만에 다시 중동을 찾는 만큼 수소 생태계·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후속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우디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EDGE 그룹 CEO '파이살 알 반나이(왼쪽 네번째)'와 협력 미팅을 진행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서 EDGE 그룹 CEO '파이살 알 반나이(왼쪽 네번째)'와 협력 미팅을 진행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동 '방산 세일즈' 전면에

대통령 순방의 핵심 의제가 방산 협력인 만큼 김동관 부회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는 이미 지난주 UAE로 먼저 출국해 현지에서 각종 미팅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는 올해 MENA 총괄법인을 신설하며 중동 전담 체제를 갖췄고, 김 부회장은 9월에도 직접 현지 조직을 찾아 점검하는 등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UAE에 ‘천궁-Ⅱ’ 다기능 레이더를 수출한 실적이 있어 후속 패키지 계약이나 공동개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는 이번 방문을 앞으로 10~20년 양국 산업협력 지형을 바꿀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첨단기술, 현대차의 친환경 모빌리티, 한화의 방산 역량은 모두 UAE가 집중 육성하는 전략 분야와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세 그룹 총수가 한 자리에서 UAE의 산업 전략과 맞물린 의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차세대 산업질서를 재편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