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에서 15%로…11월 1일부터 소급 적용
현대차·기아, 영업익 2.4조 이상 상승 기대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되며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다고 발표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4분기 실적 반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기존 무관세 대비 15% 높아진 수치지만 이제 일본, 유럽(EU)과 동일 선상에서 겨룰 수 있게 돼 그간 수조원대 관세를 부담하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17일 현대차그룹은 5년간 국내 125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이번에 국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그 신세를 꼭 갚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대규모 투자로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간 합의에서 주목할 점은 관세 인하 시점이 소급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협약 결과(MOU)를 국회에 제출하는 달의 1일부터 관세 인하를 적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으며, 11월 14일 MOU가 체결됨에 따라 11월 1일부로 25% 관세가 아닌 15%가 소급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이달 1~14일 사이 납부한 관세 중 약 1453억원을 환급받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달 14일까지 낸 관세는 약 3631억 원이며, 이는 25% 관세율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수출액 기준 15% 관세는 약 2178억 원이므로 차액이 환급 대상이 된다.

산업통상부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2분기에만 약 1조6000억원의 관세를 냈고, 3분기에는 3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약 1조원 가까운 비용 부담이었다.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월 4000억원 안팎의 관세 부담을 줄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기아는 연간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미 수출 1위인 자동차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일괄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4월 이후 매달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수출만 따로 보면, 관세가 적용된 4~8월 사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25% 관세를 그대로 가격에 전가했다면 미국 시장 점유율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고율 관세를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손실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신 조지아주(州)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럼에도 3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미국발 관세 부담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불확실성 제거는 한국산 자동차에 분명한 호재이며 달러 강세와 맞물려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세 인하분이 1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지만,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11월 판매를 위해 이미 10월에 미국으로 출하된 재고 물량은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11월분 환급과 12월부터의 관세 절감이 합쳐지면 4분기 실적 개선폭이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HEV) 등 고수익 신차가 투입되며 수익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북미 지역의 HEV 비중은 3분기 20.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10월 HEV 판매는 전년 대비 37.9%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이후 공식 입장에서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노력해준 정부에 감사한다”며 “관세 부담 최소화를 위한 전략을 지속하고, 글로벌 품질·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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