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인사 대거 중용, 박철우·주민철·정용환 핵심 라인 복귀
법무부 "안정·쇄신" 강조에도 '내부 반발·불신 증폭' 우려 여전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촉발한 검찰 내 지휘부 충격파가 본격적인 인사 쇄신으로 이어졌다.
책임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던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물러난 자리에 문재인 정부 시절 중추 보직을 맡았던 검사들이 연이어 발탁되면서 검찰 조직 분위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법무부가 “조직 안정과 인적 쇄신”을 강조한 가운데 이번 인사가 항소 포기 사태에 반기를 들었던 검사장들에 대한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법무부는 19일 대검찰청검사급 검사 2명 신규 보임, 3명 전보 인사를 확정하고 21일자로 발령을 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항소 포기 논란으로 혼란에 빠졌던 검찰 지휘 체계가 단기간 내 새 판을 짠 셈이다.
대장동 관련 항소 포기 이후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에는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이 임명됐다. 박 신임 지검장은 수사팀에 ‘재검토’ 지휘를 내렸던 당사자로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지휘권을 이어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박 신임 지검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특수통으로 활약했고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 법무부 대변인 등을 거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동안 대구고검·부산고검 등 비주류 보직으로 이동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시작된 7월 검사장으로 복귀하면서 반부패부장을 맡아 세력을 재정비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중용된 것은 항소 포기 사태 이후 법무부가 검찰 기강 재편에 정면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박 지검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에는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경2단 부장이 승진 보임됐다.
주민철 부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옵티머스 로비 의혹 수사를 담당한 인물이다. 그는 이후 법무부 검찰과장을 맡으며, ‘문재인 정부 라인’으로 분류돼 왔다.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승진 임명된 정용환 감찰부장 역시 대장동 ‘1차 수사팀’을 이끈 핵심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장 시절 유동규·김만배 등을 직접 기소한 바 있다.

반면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사의를 표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의 후임 인사에는 전 정부 시절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박재억 지검장의 자리는 ‘채널A 사건’을 맡았던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송강 고검장의 후임 자리에는 고경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각각 발령됐다.
법무연수원에서 현업으로 복직하는 검사장들은 통상 조직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며, 동시에 일부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으로 보내는 ‘좌천성 인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박 신임 중앙지검장을 둘러싼 논란이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신중 검토 필요”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대장동 수사팀에 항소 입장 재검토를 지휘했고 당시 수사팀은 이를 사실상 “항소 불허”로 이해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이에 박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은 일부 검사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항소 포기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이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는 것이 조직 안정과 거리감이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결원 충원과 인적 쇄신을 통한 관리·감독 체계 강화”라고 강조하며, 기강 확립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직후 검찰 내부망에 공개적으로 반발 글을 올린 검사장들이 법무연수원 발령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재배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평검사 강등이라는 극단적 조치는 무리라는 판단이 우세하지만, ‘유배지 인사’라고 불리는 법무연수원 발령은 현실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이 검찰 지휘부 전체를 흔드는 인사 태풍으로 번지면서 검찰 조직은 새로운 진용과 함께 본격적인 재편 국면에 돌입했다.
한편 향후 수사 지휘 체계는 물론 주요 수사의 흐름이 재구성될 것이란 시각이 공존하는 등 박 신임 중앙지검장의 행보가 갈등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