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법사위원 단독행보, 민주당 당혹
검사 고발 역풍 가능성, 당내 긴장감 고조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전격 고발한 ‘범여권 법사위원단’의 돌발 행동을 두고 지도부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 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 방침을 발표하면서, 외교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집중 전략과 엇박자가 난 데 대한 불만이 지도부 안팎에서 분출되고 있다.
문제의 회견은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과 김기표 의원 등이 주도했다. 이들은 검사장 18명이 내부망에서 항소 포기 경위를 따져 묻은 것을 두고 “집단 항명이며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규정, 고발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했다.
심지어 이미 사의를 밝힌 검사장들까지도 “형사책임과 무관하다”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원내지도부는 물론 최고위원회와도 어떠한 상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 지도부는 즉각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정교하게,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며 “협의 좀 하고 하지… 뒷감당 거기서 하라고 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강경파 법사위원들의 독자 행동에 대한 공개 경고다.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발 검찰 고발 논란이 불필요한 정치적 잡음을 키워 외교성과 메시지를 가릴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법사위원들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강행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갈등의 조짐은 ‘검사 고발’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날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서도 사전 협의 없이 ▲법왜곡죄 신설(판·검사 처벌 규정) ▲징계받은 판·검사에 대한 변호사법 제한 등 초강경 법안을 기습 상정해 지도부의 고민을 더 키웠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그게 되겠느냐. 예민한 것들인데”라며 “정제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자제를 요구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상황을 확인하며, 돌발 고발 조치가 당의 공식 기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법왜곡죄 등도 “개별 의원 발의가 소위에 올라간 것일 뿐 당 차원 공론화가 아니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앞서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징계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후속 조치를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신중하게 조율해 진행해왔던 만큼, 강경파의 돌발 행동은 오히려 전략을 흔드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여야가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 방식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도부는 ‘시간을 갖고 신중히 조율한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김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 순방 기간에는 외교성과를 국민께 공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결과적으로, 검사 고발은 물론 법왜곡죄 상정 등 일련의 행동은 법사위원 강경파가 또다시 지도부 기조와 충돌하는 모양새를 낳았고 내부 파열음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