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쇄빙선 선언', 혁신당 2막 출발점
"내란 종식·개헌 선도" 혁신 드라이브 예고
교섭단체 압박·조세·주거 개혁 내세워 與와 차별화
서울시장 카드 등 내년 지선 겨냥 다층적 전략 가동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조국혁신당이 지난 24일 조국 대표의 복귀와 함께 제2막을 선언했다. 조 대표는 “내란을 종식시키고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겠다”며 스스로를 ‘쇄빙선’이라고 지칭하고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그의 발언 속엔 명백한 자각이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혁신당은 총선 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졌고 내년 6월 지방선거의 경우 당의 존립과 조국 대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가르는 결정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 2막을 선언한 조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와 현충원 참배 일정을 소화하며, 내란 종식을 비롯한 변화와 혁신 등에 대한 메시지를 연이어 쏟아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내란을 막아냈다”고 주장하면서 “내란 종식”을 제2막의 핵심 기조로 세웠다. 다만 정치권은 조 대표가 언급한 ‘내란 척결’의 실질적 과제는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첫째는 검찰개혁·사법개혁의 완결이다. 검찰청법 폐지 국면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구속 등 고강도 사법 정국 속에서 조 대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책임의 최대한 회수’를 내란 척결의 기본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둘째 진보진영의 전략적 재편으로 조 대표는 “민주·진보 진영이 함께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더불어민주당 비판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서사가 ‘윤석열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지층 지형을 확장해야 한다는 고백에 가까운 모습이다.
결국 내란 척결이라는 명분은 총선을 넘어 지방선거·개헌·대선으로 이어질 진보진영 재편 전략과도 맞물린다.

◆"오세훈 당선을 보고 싶겠나"...내년 지선 출마 관측 유력
당장 조 대표는 MBC 인터뷰를 포함해 최근 모든 공개 발언에서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끝까지 미루겠다고 했다.
그는 “모든 후보가 확정된 뒤 가장 마지막에 판단하겠다”는 말은 결정을 유보한 듯 보이나, 정치권은 이를 사실상 출마 전제로 해석한다.
혁신당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당 대표 본인이 직접 선두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 출마설은 점차 현실성을 얻고 있다. 부산 출마론도 거론되지만, 조 대표 스스로 “오세훈 당선을 내가 보고 싶겠나”라고 언급한 대목은 서울 출마의 가능성을 배가시킨다.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둘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보다 ‘광역단체장 경험’이 압도적 정치적 자산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혁신당 내부에서도 “서울을 치지 않으면 반등은 없다”는 결론이 굳어지고 있다.
특히 조 대표는 “민주·진보 진영 전체를 키우는 것이 정권 재창출의 길”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곧바로 ‘통합’으로 이어지는 신호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합당'은 신중...국회교섭단체 진입은 강력 추진
혁신당 내부 상당수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이후 정국 운영을 고려하면 ‘조건부 합당’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민주당은 교섭단체 기준 완화 논의를 사실상 멈추고 있고 혁신당의 원내 지위는 변함이 없다. 지방선거 성적이 참패할 경우 혁신당은 협상력을 잃는다.
반대로 호남에서 15% 이상 득표해 존재감을 확보하면 민주당이 먼저 협상 테이블을 열 수도 있다. 두 당은 상호 견제·상호 필요라는 이중 구조 속에 있으며, 지방선거가 향후 합당 여부를 결정짓는 최초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혁신당이 이런 상황에서 넘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국회 교섭단체 미달’이다. 의석 20석에 못 미치는 혁신당은 국회 운영의 테이블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돼 있다.
조 대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개혁 연석회의를 출범시키고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의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핵심은 교섭단체 기준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민주당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치개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이 공동선언문을 서랍에 넣은 채 나아가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경우에 따라선 민주당을 건너뛰고 개혁정당들과 ‘원포인트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압박했다. 정청래 대표와의 담판도 예고된 상태다.
조 대표가 여야 중 어느 진영과도 강경하게 부딪치며, 존재감을 키우는 이유는 교섭단체 확보가 정치 생존의 유일한 길로 여겨지면서다.

◆'혁신으로 전진'...진보진영 차별화로 존재감 확보
정치권 안팎에선 조 대표가 이와 관련해 “혁신당은 민생 개혁의 정당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민생 어젠다의 경우 다른 진보정당보다 더 급진적이고 민주당보다 선명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그가 제시한 핵심 민생 과제는 ▲토지공개념 입법화 ▲보유세 정상화 및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조세 정상화 패키지 ▲강남권 100% 공공임대주택 공급 돌봄·건강·주거 등 사회권 강화 정책 단계적 발표 ▲지방선거와 지방분권 개헌의 동시 추진이다.
조 대표는 민생 정책을 내세워 민주당과 대비되는 ‘선명한 진보 포지션’으로 활용하며, 지지율 반등과 중도층 재설득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팬덤정치에서 벗어나 큰 정치로 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책 선명성과 조직력 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혁신당의 치명적 취약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혁신당에게 지방선거는 존재를 증명하는 첫 시험대고 조 대표 본인에게는 차기 대권을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관계·교섭단체 문제·민생 정책 경쟁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동시에 몰려 있다”며 “조 대표가 얼마나 실질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혁신당이 일회성 돌풍에 그칠지 제3지대의 축으로 살아남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