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금융 성장과 비대면 거래 확산 흐름
11월까지 5대 시중은행 점포 203곳 문 닫아
고령층, 농어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 외면해

인공지능 은행원이 일하는 신한은행 평촌남지점 디지털 데스크. 사진=서울와이어 DB
인공지능 은행원이 일하는 신한은행 평촌남지점 디지털 데스크.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는 등 속속 디지털전환(DT)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 속에서 금융취약계층이 외면당한다는 불만은  커지고  있다.

내년 2월 폐쇄가 예고됐던 신한은행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지점은 최근 주민들의 노력으로 살아남게 됐다. 주민들은 월계동 지점이 인근 주민 1만 가구가 이용하는 점포인 데다가, 고령층 이용객들이 많아 대면 창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애초 신한은행은 내년 2월 지점을 폐쇄하고 일종의 키오스크 형태의 기기로 운영되는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월계동 지점엔 창구 직원 2명이 상주하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 문닫을 예정인 점포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부터 ▲경남 통영(통영금융센터) ▲전남 무안(남악점) ▲강원 삼척(삼척점)을 포함해 45개 점포를 없앨 예정이다.

해당 점포들은 시·군에 유일하게 남은 점포로, 폐쇄될 경우 주민들은 주거래은행을 옮기거나 점포 이용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

KB국민은행은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47개 점포를 추가로 없앤다. 하나은행도 13개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4개, 10개 지점을 이달 내 폐쇄한다.

은행도 점포 폐쇄에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빅테크 금융의 성장으로 인한 은행의 위기감이 커졌고,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지역 소규모 점포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올해 11월 말까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점포 203곳이 셔터를  내렸다.

은행권은 디지털화와 비대면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점포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점포 폐쇄로 인한 은행과 소비자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취약층들로 인해 은행 지점 접근성 문제는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모바일 활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 농어민, 장애인 등은 불편이 극대화되고 정보의 비대칭도 심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은행들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등을 의무화했지만 형식적 절차에 그쳐 적절한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도 편의점 점포나 공동 점포,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등으로 보완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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