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참사로 오히려 중대재해 처벌 강화 요구 봇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4일 남은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 공사 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잇따른 건설업계 사건·사고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해당 사고로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고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시공사는 HDC현산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라고 선언했던 유병규 HDC현산 대표는 취임 9일 만에 고개를 숙였다. 유 대표는 사고 현장을 방문해 “저희 HDC현산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행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HDC현산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28건, 사망자 수는 37명에 달했다. 전체 건설사로 확대하면 사망자 수는 57명까지 늘어난다.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마련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외 법인이나 기관도 처벌받을 수 있다. 감독을 소홀히한 사실이 적발되면 최대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다. 고의적인 중대과실로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법인 등은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진다
건설업계는 가중된 중대재해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법 시행 발표 이후 건설업계의 혼란은 가중됐다. 사고 예방을 위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잘못이 없어도 가중 처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처벌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처벌법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서를 배포했으나 업계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대표가 여러명이거나 각자 대표 체제별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해설서 배포 직후 “중대재해처벌법 하위법령과 해설서가 마련됐으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재해 예방과 법 준수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도 처벌을 받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HDC현산의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오히려 중대재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언제까지 건설노동자가 죽어가는 죽음의 현장을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의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채우지 못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맨붕' 상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발표된 이후 다방면에서 안전 예방을 위해 노력했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으나 광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개인 부주의로 인한 사고발생도 책임자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며 “오히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안전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 HDC현산 '아이파크' 브랜드 존폐 위기…곳곳서 "이름 빼자"
- 7개월전엔 참사 즉시 현장 찾더니…보이지 않는 정몽규
- 광주시, HDC현대산업개발 모든 현장 공사중단 명령
- [CEO 투데이] 터졌다 하면 대형참사… 퇴진론에 몰린 정몽규
- 재계 수장들의 절절한 외침..."제발 규제좀 풀어달라"
- 2조원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우선협상자 취소후 재공모 파문
- 구미 아파트 신축현장서 가설물 붕괴… 불안감 '증폭'
- 광주시장 "붕괴 아파트, 안전성 고려해 철거 후 재시공 검토"
- "주택시장서 퇴출해야" HDC현산 향한 비난 '일파만파'
- 올해 10대 건설사 22만가구 쏟아낸다…'대선이 변수'
- 건설현장 인원 턱없이 부족하다… 1명당 239곳에 불과
- "보증금 돌려줄테니 떠나라"… 곳곳서 HDC현산 퇴출 압력
- 김부겸 총리 "중대재해 처벌강화… 최소한의 조치"
- 포스코 용역직원 작업 중 사망… 장입차에 부딪혀 끝내 숨져
- 한 집에 '하자 100개' 넘는데… 두산중공업, 등촌두산위브 '입주강행'
- 광주 붕괴사고 실종자 6명 전원 수습...HDC현산 본격 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