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달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제출 예정
전기료 원가주의 원칙 윤 정부, 인상 '딜레마' 빠져

한국전력이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추진한다. 지난 1분가 사상 최대 영업손실과 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전력이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추진한다. 지난 1분가 사상 최대 영업손실과 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한전은 올 1분기 역대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간 적자가 2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기료 인상 카드를 빼 든 것이다.

8일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분기 8조원에 육박하는 적자와 함께 부채도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156조5352억원으로 1년 전(133조5천36억원) 대비 23조316억원(17.3%) 늘었다.

한전은 이달 예정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앞두고 정부에 인상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전기료는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조정단가 산정 후 산업부에 제출하면 기재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한전에 다시 통보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된다. 조정 폭은 전 분기 대비 킬로와트시(㎾h)당 최대 ±3원 범위로 제한됐다.

앞서 정부는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h당 4.9원씩 총 9.8원 올린 데 이어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다. 하지만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PG) 등 발전 연료비가 급등한 가운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한전 재무구조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올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역시 정부가 유보 의견을 통보하면서 동결됐다. 당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3분기 조정단가 인상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동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또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전기료 인상이 서민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한전은 자구책으로 해외사업 구조조정과 연료비 절감, 지분·부동산 매각 등에 나서는 등 6조원 규모의 재무 개선을 이룬다는 목표다. 하지만 최악의 적자구조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 “연료비 급등에도 요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적자가 심해졌다”며 “전기요금 인상 내용을 담은 연료비 조정요금 사전 고지안을 16일 산업부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인상 추진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전기료 원가주의 원칙을 내세운 만큼 인상을 억제할 이유가 줄었지만, 국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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