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항공사, 대리점계약 여행사에 수수료 미지급 일방 결정
지난해 10월 시정권고 이어 시정명령…불이행시 검찰 고발 가능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을 심사해 일방적인 수수료 결정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하기로 결정했다. 사진=픽사베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을 심사해 일방적인 수수료 결정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하기로 결정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여행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항공사 관행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결정된 시정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을 심사해 일방적인 수수료 결정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하기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IATA는 세계 120개국 약 290개 항공사가 가입된 항공사 단체로 전 세계 항공운송량의 약 83%를 차지한다.

여행사들은 IATA 회원 항공사의 국제항공여객 판매를 위해 협회와 대리점계약을 맺어왔다. 이에 따라 여행사가 국제여객 항공권의 판매를 대리하면 과거에는 항공사가 여행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했다. 그러다 2010년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다수의 국내·외 항공사가 국제여객 판매를 대리하는 국내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영국항공, 태국항공, 중국동방항공, 필리핀항공, 터키항공, 방콕항공, 홍콩항공 등이 국내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결정의 근거가 국제항공운송협회의 불공정한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이라고 판단해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공정위는 심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의 일부 조항들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국제항공운송협회에 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 후로 8개월이 지났어도 시정권고 사항 중 일방적인 수수료 조항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상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를 규율하는 거래조건은  계약서에 첨부된 여행사 핸드북 결의에 따라 정해진다. 여행사 핸드북의 결의에는 항공사가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기타 보수를 항공권 판매대금 집중결제제도(BSP)를 이용하는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한 규정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국제선 여객판매 대리에 따른 수수료 기타 보수의 지급은 ‘대리점계약에서 여행사가 판매 대리행위에 대한 대가로 어떤 이득을 취할 것인가’라는 주된 급부에 관한 사항”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변경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기본 법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계속적으로 판매 대리가 이루어지는 여객판매 대리점계약에서 수수료를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한 조항은 이유 없이 급부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조항으로 약관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시정명령에 따라 국제항공운송협회가 불공정한 약관을 시정하면 여행사에 지급하는 발권대행수수료를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폐지할 수 없어 판매대리의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 후 60일 이내에 국제항공운송협회와 해당 약관 조항 시정 협의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번 시정권고 묵살에 이어 이번에도 IATA가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명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소했던 국제항공 운행이 정상화되는 상황에서 국제항공권 판매대리를 둘러싼 불공정한 약관 조항을 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항공운송업, 여행업 등 국민생활에 밀접한 분야의 모니터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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