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 이후 하락 추세 지속될 것"
"정부, 대출규제 완화…실제 매수는 미지수"
6월, 30대 이하 주택매입 비중 25%로 줄어

주식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2030세대들이 점차 이탈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30대 이하 주택매입 비중은 10%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주식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2030세대들이 점차 이탈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30대 이하 주택매입 비중은 10%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주식시장 불황과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며 ‘빚투·영끌’로 투자시장에 뛰어든 2030 세대들의 이탈이 커지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은 한 달 새 4조원 가까이 감소했고, 한때 35%를 웃돌던 30대 이하 부동산 주택매입 비중은 점차 하락,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투자시장이 하반기에도 크게 개선되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주식시장의 반등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세가 나오고 있고, 2030세대를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제 매수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봤다. 

◆증시 주변 자금 165조4000억원… 연초 대비 28조원 빠져

최근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서 증시주변자금이 4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증시주변자금은 투자 대기 자금으로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빚투가 어려워지자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서 증시주변자금이 4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증시주변자금은 투자 대기 자금으로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빚투가 어려워지자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증시 주변 자금은 165조4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환매조건부채권(RP·80조6575억원), 투자자예탁금(54조2590억원), 신용거래융자 잔고(18조5619억원), 파생상품거래 예수금(11조6930억원), 위탁매매 미수금(1988억원), 신용 대주 잔고(700억원)를 합한 수치다. 

증시 주변 자금은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주식 매매 자금이며, 파생상품거래 예수금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진 대기 자금을 말한다. 

지난달 말 증시 주변 자금은 그달 초(169조3015억원)에 비해 3조8613억원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초(193조6560억원)와 비교하면 28조2158억원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7.98%, 코스닥은 22.57%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점도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지난해 말 1188.8원으로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13년2개월여 만에 1320원을 넘어서며 장중 1326.10원까지 치솟았다.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빚투가 어려워진 데다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기업실적 하향 국면에서 한 차례 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은 아직 ‘회색지대’에 있고 증거에 대한 확인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30 주택매입, 시장침체·금리 인상에 25%로 위축

부동산 시장에서도 2030세대의 이탈은 눈에 띈다. 2년여 전 최고 35%를 웃돌았던 30대 이하의 주택매입 비중은 지난 6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의 25%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부동산 시장에서도 2030세대의 이탈은 눈에 띈다. 2년여 전 최고 35%를 웃돌았던 30대 이하의 주택매입 비중은 지난 6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의 25%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시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2030세대의 이탈은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30대 이하 서울 주택 매입 비중은 전체 매매거래량(6617건)의 25%(1654건)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0대 이하 서울 주택매입 비중은 2020년 7월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같은 해 12월 35.6%까지 치솟았다. 이후 30% 안팎을 유지했으나, 최근 큰 폭 감소한 것이다.

전국 단위로 살펴봐도 2030세대의 주택매입 비중은 내림세다. 30대 이하 전국 주택 매매 비중은 올해 1월 25.6%로 하락 전환된 이후 점진적으로 떨어지다 지난 6월 23.2%까지 내려앉았다.

집값 고점 인식에 금리까지 오르자 이자 상환에 부담을 느끼면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는 8월과 11월, 올해 1·4·6월에 이어 7월까지 총 6번 인상되며 2.25%까지 올랐다. 금리인상에 따라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6%대를 넘어섰다.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주담대 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도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7% 하락했다. 지난 5월11일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 이후 9주 연속 하락이다. 

◆하반기 증시 섣부른 낙관 힘들어… 부동산 정부 대책은 ‘글쎄’

최근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서 증시주변자금이 4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증시주변자금은 투자 대기 자금으로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빚투가 어려워지자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베어마켓 랠리가 나올 수 있지만 이후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증권가의 증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악재가 대부분 소화된 만큼 8월에 소폭 상승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하반기의 반등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월 증시는 반등의 연장선에서 시장 안정을 기대해 볼 만하다”라며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겠으나, 물가 상승속도의 둔화는 금융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경기침체를 제한시키기 위한 한시적 재정 지원의 경제정책은 투자심리 안정과 위험자산 선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장세) 후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에는 물가·통화정책 안정과 경기침체 우려 완화 간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경우 달러 약세와 채권금리 하락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 4분기부터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는 역실적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여 20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추세적 반등보다 약세장 랠리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약세장 랠리 종료 이후 패턴을 고려하면 전저점에 근접하는 변동성 확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가 2030세대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대출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실제 매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80%까지 적용된다. 대출 한도도 최대 6억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30대 이하 주택 매수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준금리 인상 등이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해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현재 주택가격이 고점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인데 집을 사기 위해 여전히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을 최대로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소득이 발생해야 하는데 매입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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