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한가운데 8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그동안 물가가 오를때마다 ‘시장 친화적 물가 관리’ 원칙을 강조하며 간접적 방식을 고수해 온 정부가 갑자기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물가가 이미 다 오른 마당에 애꿎은 기업 팔만 비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은 잇따라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는 앞서 10월에 물가 정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최근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과 라면 같은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총리는 전날(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정조준했다. 그는 "가공식품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주기를 바란다"며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소관 부처와 공정위가 합동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이날 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독과점 행위와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열심히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최근 식품업계가 물가 상승 심리에 편승해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추석 연휴 이후 CJ제일제당, 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는 김치, 라면, 스낵류 등의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을 736원에서 820원(대형마트 기준)으로 11.4% 인상했다.

정부는 관세 인하 등으로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는데, 식품업계가 오히려 제품 가격을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지만,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진 상황에서 최대한 버티다 뒤늦게 올렸는데, 기업들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물가가 오를때는 '시장 친화적 물가관리' 원칙을 강조하더니 물가가 다 오르고 나서 뒤늦게 시장에 개입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 5월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시장 친화적 물가관리’ 원칙을 강조했다. 추 부총리도 다음날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던 시기도 지났고, 할 수도 없고, (하더라도) 유효하지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일부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며 "이제와서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을 기업에만 인내하라는 것은 부당하게 받아들여지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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