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유차 비중 40%, 연료비 부담에 울상
여전히 비싼 경유, 휘발유와 격차 더 벌어져
가격 역전 장기화 등 경유차 선호 줄어들 듯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싼 이례적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동절기를 앞두고 경유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운전자들의 유지 비용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659원, 경유는 1889원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230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유는 휘발유보다 가격이 저렴해 대표 ‘서민연료’로 불렸다.
다만 올해 국제유가 변동 폭이 심화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 올 6월 ℓ당 2089.0원(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으면서 휘발유 가격(2084.0원)을 14년 만에 앞질렀다.
최근 휘발유 가격은 안정화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경유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유 수급이 타이트해졌다. 유럽으로 향하는 경유 수급길이 차단되면서다. 유럽 경유 공급 대부분을 담당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경유 6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급기야 경제제제를 받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도 줄였다. 유럽 주요국에선 이에 경유를 난방 연료로 돌려 사용하는 실정이다. 겨울철 난방 연료로 쓰이는 경유 사용량이 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국내 경유차 운전자들의 부담은 급격히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유차 등록대수는 977만9550대다. 국내 등록 차량 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경유차 소유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경유는 한동안 이 같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을 이유로 꼽으며 국내 경유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 또한 경유 차량의 수요가 많은 유럽의 연료 수급 상황도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정부가 고물가 대책으로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도 가격 역전 현상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류세 37% 인하 시 평시 대비 휘발유 가격은 ℓ당 304원, 경유 가격은 ℓ당 212원 낮아진다. 문제는 세금 인하 폭에 있다.
휘발유가 경유보다 약 100원 많고, 가격 차이를 확대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경유차 운전자들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올해 상반기 경유차 비중은 38.9%로 지난해 상반기 40.3%보다 1.4%포인트 줄었다.
경유차 비중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이후 최초다. 온라인상에는 경유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연료비 절감 목적으로 경유차를 선택했지만, 요즘엔 시동 걸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경유차 선호도는 가격 문제뿐 아니라 환경오염 등 복합적인 이유로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수요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