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전 의원, 25일 기자회견 열고 당권출마 자진 철회
설 연휴 기점으로 지지율 하락… 불출마로 입장 선회
대통령실과 풀지 못한 '감정의 골' 향후 변수로 작용할 듯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다. 사진=이태구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다. 정치적 실익을 얻지 못한 채 전당대회 출마를 의사를 자진 철회하면서다. 대통령실과 세운 대립구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 전 의원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해도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도전은 확실한 분위기였다. 풍부한 원내경험에 높은 당내 지지율은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은 당대표 적합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친윤계의 강한 불출마 압박에도 응수하면서 당권 도전 의지를 보여왔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이라고 직격하는가 하면,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영화 나홀로집 주인공과 나 전 의원 얼굴을 함께 게시한 뒤 '羅(나경원)홀로 집에!'라는 자막을 달며 조롱했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를 거센 압박에도 '당내 민주주의' '제2의 진박감별사'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응수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언급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가 발목을 잡았다. 대통령실 참모가 직접 이 아이디어를 비판했고 윤심의 당권 개입으로 번졌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 사의를 전달했고 해촉 대신 해임 처리를 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해임을 두고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면 반박하면서 윤심이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여론조사에서 친윤계 김기현 의원이 1위로 올라섰고, 안철수 의원에게도 밀렸다. 여론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나 전 의원도 불출마로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접으면서 얻은 실익이 적다는 점은 향후 정치행보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당권 도전 과정에서 친윤계에 '백기투항'을 하면서 중진 정치지도자의 위상에 타격을 입은 데다 대통령실과 생긴 감정의 골은 여전하다.

양측 상황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제 와서 대통령실 인식이 바뀌기엔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며 "다만 불출마가 여권 전반에 대한 평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그의 역할과 미래도 유동적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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