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곡물가격 상승… 세계경제 치명상
전쟁 장기화시 경제 위기 국가 늘어날 전망
WB,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3.0%→1.7%로 하향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져 있는 보로디안카의 시내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져 있는 보로디안카의 시내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을 이끌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전쟁은 세계 경제에 당분간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혔다.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수급 우려가 현실화하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밀어올려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전쟁 위기 이전인 2021년 12월에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전쟁 이후 2주 만에 130달러를 돌파해 13년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개전 이전 ㎿h(메가와트시)당 60∼70유로대에서 개전 이후 역대 최고가인 345유로까지 5배가량 뛰어올랐다.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때 9%를 넘겨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 상승률도 10%대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을 매달 갈아치웠다.

이에 대응한 각국 중앙은행의 급속한 금리 인상까지 더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3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지난 1일까지 총 8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가 됐다. 이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0%로 미국보다 1.25%포인트 낮다. 한은이 금리 동결을 선택하고 미 연준이 다음 달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우크라이나 밀 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크라이나 밀 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곡물 가격상승에도 일조했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재배지 훼손, 수출항 폐쇄로 밀 생산량이 급감하자 세계 곡물 가격은 치솟았다. 밀과 대두의 가격은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곡물 가격이 출렁이면서 일부 국가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를 중심으로 3억4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심각한 식량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위험에 처해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2019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려가고 경기침체에 빠지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3.0%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2%로 끌어내렸다.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꼽았다.

특히 선진국과 달리 경제 기초체력이 부실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디폴트 등 경제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스리랑카, 파키스탄, 레바논, 튀니지 등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협상 중이며 현재 IMF 구제금융을 받으려 대기 중인 국가가 최소 20여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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