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LNG선 수주 한국 절대 우위
올해 각국의 발주량 전년 대비 주춤할 듯
중국 진일보 기술력, 위태로운 주력 시장

국내 조선업계 텃밭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시장에서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전 세계 조선업계의 무게추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였던 전략을 고치더니 2년 연속 글로벌 왕좌를 차지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권전쟁을 다시 준비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중국은 어떤 강점으로 격돌할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조선업계는 그간 기술력을 앞세워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표주자인 LNG운반선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며, 관련 시장을 독점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다. 고속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의 주력 시장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두 나라는 조선산업을 통틀어 대표적 라이벌 관계로 올해 LNG시장 점유율을 둔 치열한 혈투를 예고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한·중, 올해 글로벌 LNG선시장서 다시 격돌

글로벌 탄소중립, 해양부문 환경규제 강화 등에 따라 지난해만 각국에서 발주된 친환경 선박은 총 545척이다. 올해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 물량이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가운데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17만4000m³ 기준 2년(1억8600만달러) 전 대비 최근 2억48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LNG선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점유율도 돋보적으로 카타르발 LNG선 발주 프로젝트 본격화에 힘입업 한국의 수주량도 크게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국내 조선업 선박 수주량과 전 세계 수주 비중 분석결과’에선 전 세계 선박 건조 발주량 중 중국의 수주 비중은 49%로 한국(37%)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하지만 대형 LNG운반선·대형컨테이너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1198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 세계 발주량(2079만CGT)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업계에선 각국의 에너지 위기가 앞으로의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청정에너지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등 LNG는 운송 수단에 필수적인 연료가 됐다. 이에 발주세가 다소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도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수요 붙잡기에 총력전으로 나선다는 각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 소수 국가에 한정됐다. 이들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은 이미 기술 기반을 갖췄고, 특히 한국은 품질 부분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운반선엔 -162℃의 온도로 LNG가 저장돼 대부분 증기 터빈에 의해 구동되는 등 기존의 저장 탱크 건조보다 더욱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른바 기술력의 총 집합체라 불리는 LNG선 시장에서 한국은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기술력 부분에서 초격차를 유지한 한국이 주름잡던 무대에 중국이 주인공 자리에 오르려고 준비 중인 모습이다. 우리나라 조선사 입장에선 한정된 도크로 수주 물량을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중국은 물량 소화 부분에 있어 부담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기회가 한국보단 많고, 코로나 방역정책 완화로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처럼 한국이 LNG선 시장을 독식하던 모습도 옛말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조선공사 산하 상하이 조선 연구소가 일본 NYK 그룹을 위해 개발 및 설계한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7000인승 자동차 운반선(PCTC)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사진=상하이조선 홈페이지
중국 국영 조선공사 산하 상하이 조선 연구소가 일본 NYK 그룹을 위해 개발 및 설계한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7000인승 자동차 운반선(PCTC)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사진=상하이조선 홈페이지

◆초격차 기술 한국에 중국은 '물량공세' 준비 

실제 전 세계 전체 LNG 발주 물량 163척 가운데 중국의 수주량은 30%에 육박했다.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등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 개발에 중국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한국 조선 3사는 수주량 폭증으로 이미 생산능력은 한계에 임박했다. 굳이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는 없지만, 텃밭을 잃는다는 자존심 문제가 달렸다. 이외에도 중국의 건조 능력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세를 보이는 등 이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

이처럼 중국의 LNG선 수주량 증가에 환경은 호의적이다. 중국 조선사들도 이에 맞춰 전략을 전환했다. 중국 내 LNG선 건조 능력이 있는 조선소로는 중선(中船)그룹의 후동중화조선 한 곳밖에 없었지만, 지난해는 중국선박(CSSC) 다롄조선소 등 3곳이 수주전에 가세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발이 묶인 상태다. 이는 중국이 우리나라가 독점하던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중국이 지속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상황에 국내 조선업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CSSC와 자회사인 후동중화조선소 등이 총 7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로 추가 조선소 확보에 나선 것도 국내 약점을 파고 들어 절대적 강자에 입지를 굳히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물량공세로 위협하던 모습이 LNG선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이와 관련 수주 선종 다양화, 스마트 공정 도입 가속 등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겠단 속내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지난달에만 선종별로 LNG운반선 5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2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1척 등의 수주계약을 따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제조 혁신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생산, 설계, 업무 등 전 분야에 걸쳐 스마트화 추진 중으로 2025년까지 축적된 스마트 기술을 선급·협력사·고객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메타버스 기반 원격 품질검사 플랫폼과 대화형 설계 챗봇(ChatBot), 3D 모델링 및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한 생산 무도면 시스템 등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며 “해당 기술들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인력부족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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