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건조 물량 꽉차, 올해는 골라 담는다"
지난해 중국에 내준 수주량 1위, 치열한 패권 다툼
국내 업계, 질적 성장 목표… 생산효율성 확보 박차
국내 조선업계 텃밭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시장에서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전 세계 조선업계의 무게추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였던 전략을 고치더니 2년 연속 글로벌 왕좌를 차지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권전쟁을 다시 준비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중국은 어떤 강점으로 격돌할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이 연초부터 수주 랠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앞으로 2~3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올해 기술력 고도화에 집중해 질적 수주에 주력, 수익성을 대폭 높인다는 각오다.

◆고수익 보장… 친환경선박 선별 수주 초점
조선 업계가 올해 수주목표를 전반적으로 지난해 대비 낮췄 잡았다. 누적된 수주 물량에 따른 것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전 세계 발주 시장은 선박 교체 시점과 맞물려 올해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는 선별 수주에 초점을 맞췄다. 신조선가 상승 기조도 조선업계가 고부가·친환경 선박 수주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과거에는 무리하게 선가를 낮춰잡기도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한국 조선사들에 유리한 쪽으로 흐른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인기도 여전하다. 국내 업계는 대형 LNG운반선 수주를 중심으로 질적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높은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글로벌 선사들에 수요도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전 세계 시장이 앞으로 중국 쪽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조선사들은 질적으로 큰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중국이 지난해 전 세계 선박시장에서 전체수주량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국 범용 선박에 수주가 지속됐던 탓이다. 여기에 국내 조선사들은 각사 도크에 건조 물량을 가득 채왔다. 물량면에선 뒤처졌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선종 수요가 계속되는 등 선가 상승은 수익성 향상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이미 기업별로 최소 2년 치에서 3년 치 물량을 쌓아둔 상태로 올해 이 점을 감안해 선별 수주를 통해 양과 질 모두 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디지털 대전환', 기술 고도화 집중
우니라나가 전통적으로 LNG운반선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편중된 수주 구조는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는 LNG 수요 증가가 조선 3사의 연간 수주 목표치 달성에 한몫했다. 다만 중국의 관련 분야 성장세는 경계 대상이다.
특히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친환경에너지 전환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예정되는 등 중국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기술력을 키우며 매섭게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선 기술력 강화와 연구개발(R&D) 등의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하다.
정부에선 조선산업 주도권을 위해 2030년까지 무탄소 선박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양산업 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LNG선은 물론 암모니아·수소선 분야에 입지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연초부터 조선업계에 국내 및 외국인 근로자를 조기 투입하기 위해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정부발 대책도 잇따라 나왔다. 조선 업계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부가·친환경 선박 부문에서는 점유율 1위 굳힐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세계 조선업이 지난해 다시금 슈퍼사이클(대호황) 시기와 맞물리는 수주 호황세를 누린 것으로 평가한다. 올해도 안정적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생산인력 확보와 인공지능(AI)로봇 등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디지털화에 집중한 상태다.
조선업계는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춰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면서 공정관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역량을 쏟고 있으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도 앞서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해 이전에 없던 혁신을 만들자”며 “관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빅데이터 플랫폼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공정에 연계해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박차를 가하자”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