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징후에 따라 서서히 변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 기조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글로벌 경기침체 등 각종 위험과 기회 요인 대응을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금 우리는 과거 경영 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다”며 “미중 경쟁과 이코노믹 다운턴,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는 물론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축구 선수들이 여러 상황에 맞는 세트 플레이를 연습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며, 그는 평소 반복 연습하면 실전에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골로 연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최 회장은 그룹이 전사적 차원에서 상황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은 물론 모든 임직원의 역량을 높일 것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중점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접목해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바탕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 성장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Signpost·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글로벌전략 재점검을 언급하면서 “관계사별 대응은 힘들기도 하고 속도도 잘 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으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각 시장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도 클로징 스피치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을 주도하고, 파이낸셜 커뮤니티 등 외부에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직접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파이낸셜 스토리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CEO는 사업에 대한 통찰과 이에 기반한 실행 리더십, 가치 지향적 인격 등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미래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했다.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자산 효율화 등을 추진해 왔지만, 파이낸셜 스토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 제고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확대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부회장, 조대식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명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기침체 등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공유하고 관계사별 비즈니스 모델 변화 추진 방향과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고경영진은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글로벌 시장 변화 상황에 대해 듣고 기업들의 변화 사례 등을 놓고 토론도 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