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정규직 전환 등 절충… 주 6일 근무는 해소 안돼
이번 파업으로 병상가동률 40% 아래로… 안산병원은 30%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사진=이재형 기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사진=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고려대의료원 노조가 사측과 잠정합의안 도출로 현장으로 복귀한다. 14일 동안 진행된 파업으로 병상가동률이 40% 이하로 떨어져 병원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26일 ‘서울와이어’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의료원 노사는 기본급 3.0% 인상, 간호사 인수인계수당 8만원, 18명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주 6일 근무 문제 등은 합의사항에서 빠졌다.

이날 노재욱 고려대의료원 노조지부장은 “서로 절충했다. 오늘 밤부터 정상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건물 증축으로 병상 증가… 인원은 부족

보건의료노조 집단파업 이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이 파업을 종료한 가운데, 고려대의료원은 유일하게 파업을 이어왔다.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지난 13일 고려대의료원 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과 중증질환에 맞는 숙련된 간호인력 및 보조인력 배치, 병원 증축에 따른 인력 충원, 의료원 이익에 맞는 적정소득분배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매년 건물 증축으로 병상이 늘고 있으나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해 적정인원이 부족하다. 상급종합병원임에도 간호사 1명이 많게는 15명의 환자를 처치한다”며 “이대로는 못 버틴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노조와 사측은 15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협상 결렬 후 윤을식 고려대의료원장은 원내 교직원들에게 입장문을 전달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의료원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은 최소한의 중장기 경영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희망하는 처우 수준과 근로환경은 단시일 내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도에 멈추면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대의료원은 안암, 구로, 안산병원 증축을 진행 중이다. 과천과 남양주에서는 병원 확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차질 주장에 반발… 고유목적사업비 준비금 8608억 보유

윤 원장의 입장 발표 후 ‘경영 건전성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부분에 대해 노조 측은 지난 4~5년간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서울와이어가 노조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고려대의료원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 당기순이익은 2018년 1044억원, 2019년 699억원, 2020년 649억원, 2021년 987억원, 지난해 761억원이었다.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손실’과 관련해선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명목으로 현재 8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적립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법인의 고유목적사업 명목으로 고정자산 취득을 위해 적립한 준비금을 말한다. 

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의 고유목적사업비 준비금은 2018년 4493억원, 2019년 5395억원, 2020년 6258억원, 2021년 7512억원, 지난해 860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밤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측은 병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에 사태는 일단락됐다. 다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노 지부장은 “여전히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도 18명밖에 이뤄지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합의안 도출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의료원 관계자는 “환자 불편이 없도록 조속한 병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으로 고려대병원 병상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안산병원은 병상가동률이 30%대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