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파일럿·조향장치 오류로 미 당국 조사 받아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에 위기 느껴
오너리스크도 부각, 머스크 CEO의 잇따른 기행
할인으로 악화된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대 목표

생각에 잠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서울와이어DB
생각에 잠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파격할인을 진행하는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최근 자사의 프리미엄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의 가격을 1만달러(약 1300만원) 낮춘 새 버전을 출시했다. 

자사의 고가 모델에 한해 할인을 일절 안하던 테슬라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복합적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결함 조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기행이 맞물려 악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점유율 상승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조향장치 결함 조사 들어가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관련 정보가 자사의 핵심 기술 정보로 외부 누출을 극도로 꺼린다. 하지만 NHTSA은 지난달 테슬라에 보낸 서한을 통해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관련 모든 정보 제출’을 통보했다. 제출 불응 시 최대 1억3000만달러 벌금을 부과한다는 경고로 테슬라를 압박했다. 

NHTSA가 보낸 서한에는 “오토파일럿,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모든 변경 사항을 제출하라”는 내용과 “변경이 이뤄진 날짜와 사유, 이전 버전과 수정된 버전 각각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이름과 번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배포 방법 등 자세한 정보를 반드시 포함하라”고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또 테슬라는 조향장치 결함이라는 치명적 악재에 부딪혔다. 최근 미국에서 주행 중 테슬라 핸들이 잠긴다는 신고가 여러건 접수되며 NHTSA가 이 부분도 들여다 보고 있다. ‘똑똑한 차’로 알려진 테슬라에게 결함 이슈는 이미지에 치명타다. 

◆실추된 이미지, 가격 할인으로 맞대응

머스크 CEO의 오너리스크도 관건이다. 그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격투기를 한다거나 트위터 인수 후 매일 같이 시끄러워진 여론, 팟캐스트 생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대마초를 피우는 등 본업 외 기행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여기에 테슬라의 핵심이라 할수 있는 오토파일럿을 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 하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여러 악재에도 테슬라의 올 상반기 전 세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해 올 초부터 실행한 차량 가격 인하가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전기차 점유율 상승에 위기 느껴

테슬라의 가격 파괴 전략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전기차 제조사들의 점유율에 위기감을 느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올 들어 공세적으로 가격을 인하했고, 이에 반응해 다른 전기차업체들도 연쇄적인 할인에 돌입해 업계에선 ‘치킨게임’을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테슬라는 영업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중국시장 점유율 방어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테슬라의 중국시장 상반기 점유율은 16.0%에서 13.7%로 하락했다. 

가격 할인 정책 때문에 상반기 인도량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0.5%로 지난해 동기의 17%에서 크게 감소했다. 테슬라는 할인을 통해 규모의 경제로 테슬라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모델 S와 모델 X의 할인 버전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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