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스마일게이트②] '로스트아크'로 매출 1조 돌파… "제2전성기"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에서 스마일게이트만큼 극적인 성장 곡선을 그린 기업은 드물다. 2000년대 후반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던 신생 개발사는 '크로스파이어' 하나로 세계 시장을 휩쓸며 게임 산업의 지형을 바꿨고, MMORPG '로스트아크'로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었다. 현재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필두로 IP의 세대 전환과 글로벌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성공 이후 한동안 '원히트원더'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07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누적 이용자 10억명, 누적 매출 10조원을 기록하며 흥행 신화를 썼지만 이후 후속 히트작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이 침묵을 깬 작품이 바로 '로스트아크'다. 개발 기간만 7년에 달했고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스마일게이트RPG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첫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었다. 당시 대작 MMORPG는 시장에서 사양 산업처럼 여겨졌지만 스마일게이트는 여전히 '정통 MMORPG'를 원하는 수요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권혁빈 CVO의 전략 판단… "자신 있는 작품 만들겠다"

'로스트아크' 개발은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책임자(CVO)의 결단에서 시작됐다. 그는 2014년 제작 발표회에서 "크로스파이어 이후 회사 차원에서 반성이 있었고, 자신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로스트아크는 우리가 진심을 다해 만든 게임"이라고 말했다.

당시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점에서도 스마일게이트는 PC MMORPG에 장기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콘텐츠 완성도와 브랜드 신뢰 회복을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2018년 국내에 출시된 '로스트아크'는 서버 불안정과 콘텐츠 완성도 문제로 기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 피드백 중심의 운영 개선, 유저와의 소통이 이어지며 신뢰를 회복했다. 결국 서비스 2년차에 반등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며 국내 MMORPG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2022년 2월에는 스팀을 통해 북미·유럽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 당시 동시접속자 수는 132만명을 돌파하며 스팀 역사상 전체 게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이버펑크 2077’, ‘엘든 링’ 등 서구 대형 타이틀을 제친 이례적 기록이었다.

◆실적 반등도 견인… '로스트아크'가 바꾼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흥행은 스마일게이트의 실적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크로스파이어' 중심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MMORPG 장르에서도 독자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 전체 매출은 이미 2020년에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22년 1조5771억원, 2023년 1조3813억원, 2024년 1조5222억원을 기록하며 1조 원대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스마일게이트RPG는 전년 대비 483% 증가한 6357억원의 매출과 31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자체 실적으로도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2023년에는 다소 주춤했지만(매출 4758억원, 영업이익 2233억원) '로스트아크'의 글로벌 팬덤과 지식재산권(IP)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하며 차세대 프로젝트와 플랫폼 확장을 통해 반등 여력을 남겨뒀다는 평가다.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유니버스' 확장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애니메이션, 굿즈, 콘서트 등 다양한 IP 사업에 착수했고, 동시에 차세대 프로젝트인 '로스트아크 모바일' 개발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