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면받다 중국서 흥행… 17년째 이어진 장수 IP 저력
텐센트 협업·현지 최적화 전략 통해 슈팅게임 대표작 성장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에서 스마일게이트만큼 극적인 성장 곡선을 그린 기업은 드물다. 2000년대 후반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던 신생 개발사는 '크로스파이어' 하나로 세계 시장을 휩쓸며 게임 산업의 지형을 바꿨고, MMORPG '로스트아크'로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었다. 현재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필두로 IP의 세대 전환과 글로벌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스마일게이트는 설립 초기만 해도 국내 인지도가 거의 없는 기업이었다.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책임자(CVO)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인재들을 모아 회사를 세웠다. 초기에는 투자 유치조차 어려웠고 국내 퍼블리셔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때 마지막 승부수로 선택한 것이 바로 1인칭슈팅게임(FPS) 장르의 PC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였다. 그러나 2007년 국내 출시 이후 반응은 미미했다. 당시 한국 FPS 시장은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등 굵직한 작품이 이미 점유했고 유사한 조작감과 그래픽을 가진 신작들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크로스파이어'는 이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잊힐 위기에 처했다.
◆중국 맞춤 전략으로 FPS 새역사
전세를 뒤바꾼 건 2008년 중국 진출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당시 급성장하던 텐센트와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텐센트는 이 게임을 최우선 전략 타이틀로 밀며 마케팅과 채널 유통에 집중했고, 스마일게이트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빠른 버전 업데이트와 안정적인 서버 운영에 주력했다.
이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가며 최대 동시접속자 800만명, 누적 이용자 10억명이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텐센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이 게임은 중국 FPS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한국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성공은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빠른 템포의 전투와 명확한 게임 목표는 당시 중국 PC방 유저들의 이용 패턴에 잘 부합했고, QQ 계정 기반의 커뮤니티 확산 구조는 유저 유입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현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유연한 운영 전략까지 더해지며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특히 '크로스파이어'는 낮은 시스템 요구사양 덕분에 출시 17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외곽 도시나 농촌 지역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설치 용량이 작고 로딩이 빠르며, 저속 인터넷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점은 최신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지역에서 접근 가능한 몇 안 되는 FPS라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크로스파이어는 지금도 중국 변두리나 농촌 지역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PC 사양이 낮은 지역에서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FPS"라고 밝혔다.

◆지금도 건재한 국민 FPS, IP로 진화
'크로스파이어'는 2014년 미국 수퍼데이타 리서치가 발표한 전 세계 게임 매출 순위에서 부분 유료화(F2P)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한국 게임 역사상 단일 지식재산권(IP) 기준 최대 수익 기록이다.
2024년 기준 스마일게이트 그룹은 연매출 1조5770억원, 영업이익 643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크로스파이어'를 담당하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는 매출 7182억원, 영업이익 4051억원으로 그룹 내 최대 실적을 냈다. 이는 '로스트아크'를 담당하는 스마일게이트 역할수행게임(RPG)의 실적(매출 4758억원, 영업이익 2233억원)보다도 높다. '크로스파이어'는 출시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스마일게이트의 캐시카우이자 대표 수출 게임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간다. 스마일게이트는 이 같은 생명력을 바탕으로 IP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단순한 게임을 넘어 리마스터와 신작 개발을 병행하며 글로벌 멀티 콘텐츠 브랜드로 확장하는데 주력한다.
실제로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누적 조회수 9억회 이상을 기록했다. 또 2013년부터는 글로벌 e스포츠 리그 'CFS'가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 주요 권역에서 열리며 수백만 명의 온라인 시청자를 확보한 대표 FPS 리그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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