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리 측, 판결 하루 만에 보석 조건 해제 요청
자택 구금·여권 압수 풀릴 수도...송환 무산 가능성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스티븐 리(한국명 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미국 법원에 가택연금과 여권 압수 등 모든 보석 조건 해제를 신청했다. 미국 법원이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한 지 하루 만이다.
‘론스타 사태’ 핵심 인물의 신병 확보가 무산된 데 이어, 자택 구금·여권 압수 등 최소한의 법적 구속조치마저 풀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법무부의 장기 지연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州) 연방지방법원 제출 문건에 따르면 스티븐 리 측 변호인은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한 캐시 L. 월도(Cathy L. Waldor) 판사에게 “인도 기각 판결로 사건이 종결됐으므로 모든 보석 조건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티븐 리 측은 신청서에서 “2023년 3월 보석 결정 이후 2년 5개월 동안 스티븐 리는 아내와 아들의 보증 하에 자택 구금 상태로 생활했다”며 “의료·변호인 접견·종교 활동 외에는 외출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보석 조건에는 ▲1000만 달러 출석보증금 ▲뉴저지 주택·뉴욕 부동산·미술품 일부 담보 제공 ▲여권 압수 등이 포함됐다.
변호인은 “사전구금감독국(Pretrial Services) 역시 이번 보석 조건 해제 요청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건 종결로 더 이상 스티븐 리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법원 절차상 보석 조건 해제 요청은 판결 확정 후 ‘구속 사유가 소멸됐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될 경우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검찰과 사전구금감독국 모두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판사는 서면 심리만으로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간 스티븐 리는 2023년 체포 이후 가택연금 상태였으며 법원 승인 없이 외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보석 해제 신청서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스티븐 리는 즉시 여권을 돌려받고 담보로 잡힌 부동산·미술품에 대한 제한도 해제된다. 미국 내·국외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해진다.

한국 사법당국이 다시 송환을 추진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그를 강제로 구속하거나 출국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미국 이외의 국가로 이동할 경우 제3국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여부에 따라 송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이번 보석 해제 신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저지 연방법원이 한국 정부가 스티븐 리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한 직후에 나왔다. 월도 판사는 판결문에서 “미·한 범죄인 인도조약 제6조에 따라 해당 혐의는 미국(5년)과 한국(7년) 모두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다”며 “단순 영장 재발부만으로 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특히 뉴저지 연방법원은 한국 정부가 2006년 8월 미국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고 2023년 3월 미국에서 체포될 때까지 17년이 흘렀고, 스티븐 리가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거주하면서 도주·은신 정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제기한 '도피 따른 시효 정지’ 논리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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