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감시 해제·조건부 외출 허용 등 신병조건 '느슨'
34억 게니 대신 '피카츄 그림'⋯담보 교체 성공
"해외여행 목적" 스티븐리 자녀 여권도 반환 받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으로 17년 간 끌어온 론스타 펀드 사태가 사실상 막대한 혈세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소송과 주범인 스티븐 리(한국명: 이정환) 송환을 추진했지만, 이를 미국 법원이 막으면서다. 이 같은 상태에서 정권은 바뀌었고, 수천억대에 달하는 배상금은 새 정부에 떠넘겨졌다. 키맨 체포와 이후 미국 법정에서 나온 정부의 논리와 실책을 면밀히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황대영·천성윤·정윤식·박동인 기자] 론스타 사건 핵심 인물 스티븐 리의 신병 조건이 갈수록 느슨해졌다. 법원은 올해 1월 그의 구금 방식을 가택수감에서 가택구금으로 완화해 종교·의료·직업 활동을 명분으로 외출을 허용했고, 주 10회까지 교회 모임 참석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법원은 보석 담보 변경 요구까지 받아들였다. 여기에 아드리안 게니의 ‘컬렉터4’를 대신해 판초 피카츄·몸의 풍경 등을 포함한 15점의 미술품이 교체됐다. 구속 조건뿐 아니라 담보 관리에서도 피고인의 요구가 관철되면서 스티븐 리의 송환 가능성이 낮아졌다.
◆ 가택수감에서 구금으로 약화⋯건강 주요 변수

2025년 1월 6일 스티븐리의 변호인단과 뉴저지 지방법원 연방검사 등이 심리한 결과, 스티븐리의 가택수감이 가택구금으로 변경됐다. 이로써 24시간 집 안에 머물며 전자감시를 받아야 하는 강력한 제한에서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외출이 허용되는 조건으로 완화된 것이다. 사전구금서비스국(PTS)도 가택수감을 가택구금으로 변경하는 요청에 동의했다.
이는 ▲교육 ▲종교 활동 ▲의료·약물남용 치료·정신건강 치료 ▲변호사 접견 ▲법원 출석 ▲법원 명령상 의무 이행 ▲PTS의 사전 승인 활동 ▲고정적이고 검증 가능한 직업 활동을 골자로 한다. 특히 ▲주 10회까지 종교 활동 및 종교 관련 모임 참석이 가능하게 됐다.
해당 과정에서 건강 문제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2023년 9월 변호인단은 의료 사유로 답변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자택 외부에서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PTS의 재량에 따라 전자감시 장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법원이 조건을 수정했다.

앞서 2023년 3월 8일 스티븐리는 조건부 석방을 명령을 받으며 준수 서약을 했다. 해당 조건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몰수 동의서 ▲사전구금서비스국(PTS)에 지시에 따른 정기적, 법집행기관 접촉시(체포·신문·교통단속 등)의 보고 ▲ 배우자와 자녀의 제3자 구금(보호) ▲뉴저지주(州) 이외 여행 제한이 있다.
여기에 ▲모든 여권과 여행 서류의 PTS 제출 ▲현재 거주지를 유지하거나, PTS가 승인한 거주지에서 거주할 것 ▲가택구금(Home Confinement) 프로그램 참여 ▲뉴욕 소재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lien) 완비(perfect)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스티븐리는 주 1회 교회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받았으며, 가족 행사 참여도 승인받았다. 사실상 느슨해지고 있던 신병관리에 완화조치가 더해지면서 형식적인 수준으로 변한 것이다.
◆ 미술품 담보물 교체 신청 허용

앞선 심리 결과에서 법원은 기존의 보석 담보물이었던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의 ‘컬렉터4(The Collector 4)’를 다른 미술품으로 교체해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였다. 앞서 스티븐리의 변호인단은 해당 미술품과 ▲뉴저지 주 마운틴사이드(Mountainside) 주택 ▲뉴욕 맨해튼 아파트를 포함한 1000만 달러의 담보물을 제공했다.
해당 작품은 아드리안 게니가 그린 컬렉터 시리즈의 하나로, 소장에 집착하는 인물의 심리와 권력, 탐욕, 역사적 맥락을 탐구하는 주제로 알려졌다. 특히 작품의 주인공은 나치 독일의 고위 장교이자, 방대한 예술품 약탈자로 알려진 헤르만 괴링(Hermann Wilhelm Göring)이다. 또한 작품의 실제 낙찰가는 34억원에 이른다.
교체를 요구한 담보 미술품은 ▲캐서린 번하드의 ‘판초 피카츄(Poncho Pikkachu)’ ▲후마 바바의 ‘17, 2022’와 ‘Untitled, 2022’ ▲레지 버로우스 호지스의 ‘더 큰 선을 위하여(For the Greater Good)’ ▲이건용의 ‘몸의 풍경(Bodyscape)’ ▲에마 맥인트라이어의 ‘에로스 호그(Eros Hog)’를 포함한 282만5000달러에 이르는 15점이다.
이중 판초 피카츄는 캐서린 번하드가 아들이 소유한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번하드의 화풍은 즉흥성과 에너지, 다채로운 색채, 팝 문화 요소의 혼잡하며,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法, 연이은 스티븐리 두 자녀 여권 반환 결정

2025년 1월 14일 스티븐 리의 변호인단은 미국 뉴저지주(州) 연방지방법원에 자녀의 여권을 일시적으로 반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스티븐 리의 보석 조건에는 스티븐 리 자신과 두 명의 자녀가 사전구금관리국(PTS)에 여권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변호인단은 여권 반환의 사유로 자녀가 캐나다에서 예정된 업무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같은 시기에도 유사한 업무 행사 참석을 위해 여권을 반환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시에도 그(자녀)는 귀국 후 문제 없이 여권을 제때 다시 제출했다“며 “본 요청에 대해 미국 검찰 측의 캐롤린 실레인(Carolyn Silane) 차장검사와 협의했고, 그녀가 이에 매우 우호적으로 동의했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이후 2월 14일 법원은 3월 3일을 반납일로 보석조건을 수정했다.
해당 조건 완화에 성공한 스티븐 리 변호인단은 4월 21일 두 자녀의 여권 반환을 요청하며, 대신 스티븐 리의 배우자의 여권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첫째 자녀는 4월 26일 멕시코 여행을 시작으로, 7월에는 유럽과 아시아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여기에 둘째 자녀는 5월 말 포르투갈 여행을 포함해, 7월 중순, 8월, 10월에 추가 해외여행 일정을 잡았다. 앞으로 수개월간 반복적으로 여권 임시 반환을 요청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국제여행 계획이 없는 배우자의 여권을 PTS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4월 22일 법원이 스티븐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스티븐 리 뿐만이 아니라 두 아들에게 걸린 제약도 느슨해지게 됐다. 이를 통해 스티븐 리는 지난 2023년 3월 5일 법무부가 발표한 '신속한 송환'과 멀어지게 됐다. 사실상 미국 법원의 결정이 송환 가능성을 지연시키거나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 셈이다.
<글 시점 요약 타임라인>
2025.01.06: 법원, 스티븐 리 가택수감에서 가택구금으로 변경, 보석 담보 미술품 ‘컬렉터4(The Collector 4)‘를 ‘판초 피카츄(Poncho Pikkachu)‘ 포함 15개 작품으로 대체하는 요구 수용 결정.
2025.01.14: 스티븐 리 변호인단, 자녀 캐나다 업무 행사로 여권 일시반환 요청.
2025.02.04: 법원, 스티븐리 변호인단 요구 수용. 자녀에게 3월 3일까지 여권 반납 결정.
2025.04.21: 스티븐 리 변호인단, 법원에 해외여행 목적 두 자녀의 여권 반환 요청(스티븐 리 배우자 여권 제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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