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안 발표 지연, 미국 관세 대응까지 얽혀 난항
국정위, 조직개편 ‘별도 트랙’으로 결단 시점은 안갯속
여권 개편 지연 장기화시 혼란·정책 집중력 저하 경고

(왼쪽부터)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과제 발표 자리에서 관심을 모았던 핵심 부처 조직개편안이 빠졌다. 여권 내부 이견과 부처 반발과 미국 관세 대응 등 대외 현안이 얽히면서 결정이 지연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예산 기능 분리, 금융위원회 해체,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굵직한 사안들이 보류되면서 개편안은 빠르면 4분기나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전날 ‘123대 국정과제’ 발표를 위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 대신 일부 개편 계획만 공개했다. 

개편안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전략위원회 신설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가미래전략위원회는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국정과제를 총괄·관리하는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기존 대통령비서실·국무조정실의 분절된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국정위가 수개월간 준비해 온 굵직한 개편안은 발표 명단에서 빠졌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누고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넘기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금융분야에서는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가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새로 만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맡는 개편이 논의돼 왔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신설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또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구상도 있었다.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 구조다. 

환경·에너지분야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실을 묶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거나 산업부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4차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4차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개편안이 본격 공개되기도 전에 정부 안팎에서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특히 금융위 개편은 감독 권한을 민간 기구에 이양하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2017년에도 법제처는 금융기관 제재·인허가 업무를 민간에 넘기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정책·감독 기능 분리가 금융정책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안도 산업계와 산업부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산업 위기 상황에서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분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해 “우려하고 있다”며 공개 반대했고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관세 전쟁과 고용 위기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국정위는 조직개편안을 국정과제와 별도 트랙으로 다루기로 하고 발표를 연기했다. 당장 개편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국정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부처는 조직개편 시기와 방향이 확정되지 않아 인사와 업무 계획을 미루는 실정이다. 환경부의 경우 기후변화정책관과 대기환경정책관 등 주요 보직이 공석 상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개편안이 나오겠지만, 어느 방향이든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가 늦어질수록 부처별 현안이 가려지고 다른 국정 과제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 초반 국정 동력을 위해선 굵직한 조직개편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결단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태가 길어지면 개편 필요성보다 혼란만 부각될 수 있다. 부처 간 조율을 일괄 마무리하고 대통령실이 직접 중재에 나서야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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